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젊은층도 유방암 급증 ②] “유방암도 이겨냈는데…” 완치 후 ‘경력 단절’이 더 무섭다
-한국의 유방암 환자 및 생존자 사회 복귀 보고서
-완치 후 일자리 복귀율 58%, 북미ㆍ유럽보다 낮아
-경력 단절로 인한 생산성 손실도 15년간 7배 상승

[사진설명=유방암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사회 복귀가 가능한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유방암 완치율이 높아지면서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지만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복귀는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신체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환자들의 재취업을 도울 수 있는 인식 개선과 법적 장치 등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시장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최근 공개한 ‘아시아 태평양 노동 인구 중 유방암 환자 및 생존자, 한국: 심화되는 문제와 이에 대한 초기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유방암 환자들의 사회복귀가 저조하며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IU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유방암은 발병률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1996~2000년 5년 이상 생존율 83%에서 2011~2015년 92%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사망 및 발병비에서도 한국이 가장 양호한 수치를 보이는 국가로 조사됐다.

서구에 비해 진단 연령도 젊다. 국내 유방암 진단 연령 중앙값은 50세로 미국(62세)보다 10년 이상 젊었다. 국내 유방암 진단 환자 중 84% 이상이 진단 당시 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는 65세 미만이었다. 하지만 한국 유방암 생존자의 일자리 복귀율은 58%로 북미 및 유럽 내 7개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았다.

이런 이유로 국내 유방암 생존자의 경력 단절 등에 따른 생산성 손실이 최근 15년간 약 7배 상승해 2014년 기준 약 642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GDP 기준 손실 비중도 1999년 0.02%에서 2014년 0.04%로 증가해 향후 한국의 유방암 발생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광범위한 사회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유방암 생존자의 치료 후 일자리 복귀 문제는 중요한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일자리 복귀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의학적 치료 방법 ▷직장 내 대인관계 ▷정부 정책 ▷암 생존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하는 국제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유방암 생존자는 일자리 복귀에서 다양한 사회적 장벽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암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미흡한 법률적 보호장치 등이 한국 유방암 생존자가 겪는 주요한 사회적 난관이다. 2017년 5월 국립암센터가 일반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암이 있는 직원은 동료를 배려해 사내 행사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54%)’, ‘기업은 직무경험이 있는 암환자보다 건강한 신규 노동력을 고용해야 한다(52%)’ 등 부정적 응답이 높았다.

암 생존자 사회 복귀에 대한 법률적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국내법상 개인의 신체적 상태 또는 병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업무상 사유로 암이 발병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병가를 낼 수 없는게 현실이다. 또한 직원이 질병으로 인해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도 정당한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

보고서 자문을 맡은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장은 “재취업은 회복에 의학적으로 도움을 주며 발암 인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장도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정보가 상호 연관돼 발생하는 어려움이 암 생존자 사회 복귀에 더욱 큰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동안 미온했던 한국의 암 생존자 지원 정책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0년 국립암센터의 생존자 통합지원사업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제3차 국가암관리종합계획(NCCP)을 수립, 암 생존자를 위한 서비스를 우선순위에 두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센터장은 “암 생존자에 대한 대책에서 아직 고용 문제가 적극적으로 다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암 생존자의 일자리 복귀를 돕는 요인에 대한 다양한 연구에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