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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영난으로 납품중단하면 공갈죄로 감옥간다니
경영난으로 부도위기에 처한 하청업체들이 납품을 중단했다가 공갈죄로 처벌받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오늘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하청구조가 얼마나 참담한지를 민낯으로 보여준다. 법원은 납품 단가 인하를 종용하는 원청업체의 ‘갑질’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하청업체 대표에 대한 공갈죄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하청업체는 손해를 보고서라도 부품공급을 계속하거나 아니면 납품을 중단한 뒤 감옥에 가야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공갈죄 적용 사례는 끊임이 없었다. 실제로 진서테크, 지아이에스, 태진정밀공업, 두성테크, 프리마오토, 남양테크, 서진케미칼 등 자동차업계의 사례만도 부지기수다. 지난해말과 올해 초에도 대진유니텍과 태광공업 대표가 공갈죄로 징역형을 받았다.

이들 두 사례는 그야말로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든다.

법원은 모든 걸 인정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물량 및 단가, 계약기간, 이익률 등과 같은 계약조건에 대해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하기 어려다는 점은 물론이고 원청업체가 납품대금을 일방적으로 차감하고, 요구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응하지 않는 경우 수개월간 거래를 끊어버리기도 하는 등 속칭 ‘갑질’을 일삼았다는 점까지도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이로 인해 하청업체가 부도위기 등 경영난에 처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완성차업체도 아닌 1차 협력업체들의 갑질도 이처럼 심각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정작 납품을 중단한 하청업체 대표들에게 수년씩의 징역형을 때렸다. 부품을 납품하지 않아 생산 라인이 멈췄으며 기업 가치보다 현저히 높은 값에 회사를 인수하도록 원청업체에 강요한 점이 공갈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공갈이란 공포를 느끼도록 윽박지르며 을러대는 걸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 산업계에서 원청과 하청업체간의 강력한 수직적 갑을 구조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도대체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에 공갈을 부린다는 건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게다가 기업가치보다 현저히 높은 값에 사라고 강요했다는 건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원청업체에 공갈 부릴 정도로 기술과 경쟁력을 가진 하청업체라면 강소기업이다. 애초부터 경영난으로 부도위험에 몰릴 리가 없다. M&A 시장에 나와도 즉시 팔린다.

강자의 갑질 방지와 약자의 정당한 이익 보호가 오늘날 경제계의 시대정신이다. 그래야 동반성장, 공정성장을 할 수 있다. 적어도 대법원 판결만은 그 길로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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