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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정태춘ㆍ박은옥의 ‘시장밖 예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한국 대중음악사의 거장’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오는 4월 13일 제주를 시작으로 15개 도시를 도는 40주년 기념 공연 ‘날자, 오리배’투어에 돌입한다. 오는 11월까지 콘서트, 앨범, 출판, 전시, 학술, 아카이브, 트리뷰트 프로그램 등이 전국에 걸쳐 진행된다.

정태춘은 20세기 후반 한국 사회의 모순과 저항을 온몸으로 담아낸 실천적 예술가다. 박은옥은 정태춘의 노래들을 탁월하게 소화해 내고, 함께 활동해온 보컬리스트다. 이 부부는 ‘떠나가는 배’ ‘시인의 마을’ ‘촛불’ ‘사랑하는 이에게’ 등 시적이고 서정적인 국민 애창곡들의 주인공이다.

정태춘은 40주년을 맞은 특별한 소회는 없다고 했다. “내가 어떤 가수가 되겠다거나 저항가수라는 계획을 가진 게 아니라, 나의 분노 속에서 나왔다. 창작자가 그런 분노 없이 어떻게 그런 노래를 만들 수 있겠는가? 듣는 사람을 고민할 필요없이 내 안에 분노를 담는 자연스런 과정이었다.” 아내 박은옥은 “(정태춘 노래가) 초기는 개인의 일기였다면, 80년대 넘어가면서는 우리 사회의 일기였다”고 했다.

정태춘은 1990년에 낸 7집 ‘아, 대한민국…’과 8집 ‘92년 장마, 종로에서’(1993년)등이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다. “내 고민을 담았는데 그 고민의 피드백이 전혀 없었다. 나는 시장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한다. 대중예술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했다. 나는 더 깊이있게 들어갔다. 한국사회의 낙관적 전망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시스템 내에서 싸웠던 방식에서 나아가, 세계와 인간, 문명에 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정태춘은 다시 대중 취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했다. 요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붓글’이다. 자신의 생각을 담는 그릇인 노래로 생각을 담는 건 부적절하지만, 붓글 작업은 계속할 수 있다고 했다. 4월 11~29일 서울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다시, 건너간다’에서 그의 붓글 작품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다.

“주위에서 네번째 깃발을 들라고 하지만(전교조 지지 전국 순회공연, 음반 사전심의철폐 운동, 미군기지 확장 반대 평택 대추리 평화운동에 이어)고 하지만 시장이 모든 걸 장악했다. 이윤이 나오지 않는 것은 사장되고, 존재가치가 없다. 이제 그 시장 밖에서 무엇을 만들자, 시장의 매커니즘을 통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예술문화, 시장밖 예술을 말할 때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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