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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분식집까지 파고든 ‘키오스크’
최저임금 부담 등 자영업 위기속
셀프주문·결제 곳곳 ‘무인화 바람’
기기 1대가 알바 1.5명 자리 꿰차



#. “손님~ 주문은 기계에서 해주세요.” 동네에서 종종 들르던 분식점을 최근 찾은 이수진(28) 씨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잠시 허둥대야 했다. 홀 직원이 가리킨 곳엔 보이지 않던 무인 주문기가 있었다. 이 씨가 클릭 몇 번으로 결제까지 마치고 나니 주문서가 출력돼 나왔다. 이 씨는 “푸드코트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보던 무인 주문기가 왜 여기 있나 싶었는데 이용해보니 편리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1일 찾은 서울 노량진의 ‘커피온리’ 매장에는 음료를 만드는 직원 한 명이 전부였다. 아메리카노(S) 가격은 단 900원. 픽업대 옆엔 카드ㆍ현금 전용 무인기와 카드만 사용 가능한 무인기 총 2대가 자리했다. 직원 김모 씨는 “피크타임인 오전 8시~9시 사이에만 150~200잔의 음료가 팔린다”고 했다. 인근에 위치한 '콘레드커피'도 가게 내부와 외부에 키오스크 1대씩을 구비하고 있었다. 이 가게의 키오스크 설치ㆍ관리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콘레드커피는 작년 말부터 2호점을 내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화한 경우로 이전에는 포스기를 쓰다가 아예 무인 기기를 활용한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귀띔했다. ▶관련기사 18면

경기불황과 치솟는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무인화 바람’이 동네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상승률은 각각 16.4%, 10.9%에 달하며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인건비 부담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됐다. 무인 주문ㆍ결제 시스템을 갖춘 키오스크는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기존 햄버거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일반 커피전문점 및 밥집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매장내 무인 기기 활용이 2016년께만 해도 시작 단계에 불과했지만 최근 2년 새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운영하는 키오스크 브랜드 ‘터치비’ 관계자는 “올해 1~3월 프랜차이즈 가맹정보에 등록되지 않은 일반 매장에서 주문한 키오스크 수량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며 “프랜차이즈 업종과 일반 자영업자의 키오스크 구매 비중이 5대 5에 가까워질 만큼 동네마다 무인 기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무인화 바람은 최근 심화된 자영업자의 위기와 맞물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시험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2017년 기준 연평균 매출액은 2억379만원, 연평균 영업이익은 322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 264만원으로 전년도 304만원에서 13.2% 감소한 수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기준 임금 근로자 월평균 소득 287만원보다는 23만원 적다.

영업 이익률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소상공인의 2017년 월평균 영업이익률은 15.8%로 전년도(28.2%)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2년 21.3%, 2014년 27.7%, 2015년 29.8%로 증가하던 수치가 2016년을 기점으로 꺾였다. 이익 감소는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의 평균 부채는 지난해 1억2250만원으로 2년 전인 2016년(6118만원)과 비교하면 2배가량 급증했다.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8월 기준 568만명에 달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 기기는 미국, 중국 등 외국에서도 대규모 마트 등에 먼저 도입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처럼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건 아니었다”면서 “최근 1~2년새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과정에서 무인화로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시키거나 전환하는 게 유리한 환경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키오스크 한 대당 아르바이트생 1.5명의 대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키오스크 업체에 따르면 한 달 대여료는 10만~30만원 수준이다. 신용카드만 사용 가능한 기기의 대여료가 8만원대부터, 현금ㆍ카드, 모바일 페이 등이 모두 되는 고급형 기기는 11만원대부터 시작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키오스크가 1.5명의 몫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준으로 볼 때 아르바이트생을 풀타임으로 고용하는 점주 입장에서는 월 약 300만원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한 순두부 가게 부점장 주 모씨는 “앞으로 무인화 기기는 어딜 가나 많아질 것”이라며 “계산을 직접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홀 인원이 감축되는 부분이 크다”고 했다. 직원 2명을 고용하고 있다는 이 매장은 약 25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40평 남짓 규모다. 역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과 계산을 해결하고 있다. 주 씨는 “이 정도 매장에서 직원 세 명을 쓰면 남는 이익이 거의 없다”며 “바쁜 시간대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을 쓸 수밖에 없는데 한 명만 써도 월 200만원이 넘는 인건비가 드는 상황에서 무인 기기를 쓰는 게 비용을 줄이는 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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