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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관총 노출’ 유감 한마디면 될 걸 공연히 판 키운 靑
청와대 경호팀의 대구 칠성시장 ‘기관단총’ 노출 파장이 ‘과잉ㆍ고압 경호’ 논란으로 번지며 정치적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민생 현장 점검 차 대구 칠성시장 방문 당시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기관단총을 들고 서 있는 장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을 공개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서민들이 찾는 재래시장에 경호요원이 기관단총을 든 모습이 ‘섬뜩하다’며 진위 여부를 청와대가 답변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 그 발단이다.

대통령 경호요원은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를 긴박한 상황에 늘 대비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민생 시찰 현장에서 기관단총을 들고 경호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편하고 고압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이를 지켜 본 시민들은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불필요한 총기 노출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유감표시 한 마디면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었다.

그런데 청와대가 ‘발끈’하며 과민하게 대응하면서 판이 커지는 양상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며 과거와 현 정부 경호원이 기관총을 들고 경호하는 사진 6장을 함께 놓았다. 하지만 모두가 외국 정상과의 외부 일정, 국제대회, 인천공항 방문 등 테러 발생에 대비해 공개적으로 기관총을 노출하며 벌이는 이른바 ‘위력 경호’ 장면들이다. 민생현장에서 사복차림으로 기관총에 손가락을 올린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청와대로선 이전 정부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경호했고, 현 정부 들어서도 계속 해온 것인데 문제될 게 없다는 항변인 셈이다. 하지만 사안 자체가 그렇게까지 구구한 해명이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그 바람에 문제를 제기한 하 의원은 물론 자유한국당 등 야당까지 가세하며 정치문제로 비화되고 말았다. 공연한 정치적 분란만 더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주영훈 경호실장에게 “경호를 좀 약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일로 문 대통령은 ‘낮은 경호’, ‘열린 경호’를 표방해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청와대의 주장처럼 칠성시장 기관단총 노출이 ‘통상적인 경호’라면 애초의 약속과 다르다. 오히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과도한 경호로 국민과의 위화감은 물론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꺼내 들어야 할 정도의 상황이 실제 감지됐는지 여부를 청와대가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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