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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형평성 잃은 노포 보존계획이 도심재정비 정책 망친다
서울시가 28일 재정비촉진지구 내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주거비율을 기존의 50∼70%에서 90%까지 올릴 수 있도록 운용기준을 개선했다. 또 재정비촉진지구 내 준주거지역 용적률도 400%에서 500%까지 높여준다.

서울시가 특혜에 가까운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교통이 편리하고 경제활동이 활발한 도심에 활력넘치는 생활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옳은 방향이다. 혜택에 상응하는 일정비율을 공공주택으로 짓고 이를 서울시가 매입해 행복주택으로 공급키로 함으로써 명분도 갖췄다.

하지만 새 정책만큼 급한게 기존 문제지역의 해결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기존 문제지역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성공이라 할 수 없다. 게다가 원인제공자가 서울시다. 지난 20일 을지로 세운재정비촉진지역 3구역의 토지주 500여명은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조만간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들의 주장엔 이유가 충분하다. 3구역은 2017년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한 곳이다. 일부 지역은 이미 철거까지 들어간 상태다. 그런데 올해 초 느닷없이 생활문화유산인 을지면옥 등 노포 보존을 위한 종합계획이 마련되는 올해말까지 사업을 중단하라는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게 생활문화유산이지 하드웨어중심으로 보존할 일은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문화재도 아닌 노포가 생활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조형적 가치는 전혀없이 노후되기만 한 건물의 철거가 불가능해지고 그로인해 13년째 진행하던 사업을 중단시키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인 셈이다.

게다가 세운재정비지구는 건물의 75%가 50년 이상되어 구조와 설비의 기능이 상실됐다. 화장실하나 새로 만들지 못할만큼 재생 불가능한 상태의 건물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생리현상을 해결하러 지하철로 뛰어간다. 소방차도 들어설 수 없는 골목길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토지주들은 형평성에 불만을 터뜨린다. 길건너 4구역에도 오래된 생활문화유산급 점포들이 즐비한데 3구역만 중지명령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4구역은 시행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맡아하는 공공개발 형태이기 때문이란 불만까지 나온다.

지난 2011년 개발계획이 전면 백지화된 이후 이 지역에선 생활고에 밀린 지주 두명이 자살하고 100여명의 지주는 경매로 토지를 빼앗겼다. 이번 사업중단 조치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또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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