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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4·3, 위안부할머니…사회적 트라우마 치유 어떻게

#. 킬링필드의 나라 캄보디아 소년 아키라는 다섯 살 쯤 됐을 때 크메르 루즈 군인에게 부모를 잃었다, 아키라란 이름은 후에 일본 기자가 지어준 것으로 소년은 자기 이름도 태어난 해도 알지 못한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크메르 루즈 군에 끌려가 키워진 소년은 열살 무렵 소년병이 됐다. 대인 지뢰 매설이 소년병들의 역할이었다. 한 달에 수천개씩 매설했다. 전쟁이 끝났을 때 소년은 스물다섯 청년이 됐다. 전쟁은 끝났지만 캄보디아의 비극은 계속됐다. 약 600만개의 대인지뢰와 불발탄들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벌어지자 청년은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지뢰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참하려는 이들이 생겼고 국제기구가 원조에 나섰다. 청년은 지뢰 사고로 고아가 된 아이 20명을 입양해 살고있다.

캄보디아 청년의 얘기는 국가 사회적 비극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지 한 예다.

‘트라우마와 사회치유’(역사비평사)는 연세대 교수들이 다학제 연구로 사회치유 해외사례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앞선 연구인 제주 4·3, 광주 5·18, 전태일 분신, 위안부 할머니 등 국내 사례의 후속편으로, 캄보디아와 북아일랜드의 사례가 집중 소개됐다.

저자들이 탐색에 나선 북아일랜드의 사회적 갈등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점이 크다. 표면적으론 구교와 신교의 갈등이지만 이면에는 12세기부터 시작된 아일랜드와 영국의 민족 이동과 종교 갈등이 있다.

또한 제3차 아일랜드 자치법이 통과된 1912년부터 아일랜드 독립으로 내전이 종료된 1923년까지는 영국으로부터의 분리주의자와 통일주의자의 갈등 등 역사적 배경과 갈등 주체도 얽혀있다.

이들은 이웃들이 언제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의심과 두려움, 증오 속에서도 1998년 성금요일 협정을 맺었다.

우선 평화협정 체결에는 북아일랜드의 다양한 사회치유기관이 참여했다. 저자들은 이들 10곳을 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공동 세미나를 여는 등 경험과 지혜를 공유했다. 기관들의 역할은 다양하다.

직접적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운영되는 유가족 지원 기관들은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극복과 치유가 목적이다, 양쪽 갈등주체들이 함께 어울려 사회에 참여하도록 돕는 통합사회참여 유형도 있다. 차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중심이다.

또한 특정 집단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운영되는 지역사회 발전 유형은 갈등을 뛰어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건강한 커뮤니티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술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의 고통을 표현하고 타인과 공감하면서 공동체를 복원해 나간 구체적인 사례 등에서 사회적 트라우마와 남북한 갈등 상황에 시사점을 얻을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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