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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DMZ 평화둘레길’ 취지 좋으나 서두를 일은 아니다
비무장지대(DMZ)를 탐방하는 ‘DMZ 평화둘레길’ 계획에 다소 혼선이 생긴 모양이다. 당초 정부는 파주-도라산-대성동을 잇는 서부전선코스, 철원 백마고지-화살머리고지간 중부전선코스, 고성 통일전망대-해안철책-금강산전망대를 연결하는 동부전선코스 3곳을 이달 말께 동시 오픈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우선 동부전선 코스만 시범적으로 문을 여는 것으로 바뀌었다. 중부와 서부 전선 코스는 탐방객들의 안전 문제가 대두돼 일단 개방을 미루기로 한 것이다. 이들 지역은 DMZ 안으로 탐방객이 진입하게 돼 있어 북한군의 사격권에 들어가 실제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한다.

DMZ 평화둘레길 조성 취지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DMZ은 남북 분단과 동족 상잔의 아픈 과거를 안고 있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또한 지구촌에 남아 있는 냉전시대의 마지막 지역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이 곳에 길을 내고 일반인들이 직접 찾게 된다면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잘 활용하면 외국인들에도 특별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해당 지자체와 함께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이런 연유다.

그러나 내방객에 대한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남북 관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전된 것은 분명하다. 9ㆍ19 군사합의에 따라 GP가 철거되고 남북 공동으로 유해 발굴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진한 긴장감이 돌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DMZ 내에는 지금도 북한 GP가 150개 가량 설치돼 있다. 북한군 코 앞에까지 관광객이 닥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을 하던 박왕자씨 피살 사건은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다.

둘레길 취지는 좋지만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정부가 DMZ 평화둘레길 계획을 부랴부랴 수정한 것은 결국 안전 문제가 확실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자인한 것이다. DMZ에 관광객이 드나들려면 북한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북측에 통보도 하지 않은 상태다. 시범운영 상황을 봐가며 협의한다고 하는데 순서가 바뀌었다. 유엔사와의 협의도 마무리되지 않았다니 더 걱정스럽다. 방탄복에 방탄헬멧을 쓰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평화둘레길을 걸여야 할 이유는 없다. 북한과 협의를 충분히 하고, 안전에 대한 분명한 보장을 받은 뒤 길을 열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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