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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스파이어]국내 유일 모터사이클 랠리스트 류명걸, ‘죽음의 랠리’에 도전하다

  • 기사입력 2019-04-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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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안경찬 PD] 가지 않은 길을 처음으로 내딛는 사람은 외롭다. 류명걸(38) 모터사이클 선수가 만드는 궤적엔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이란 수식이 붙는다.




2011년부터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랠리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그는 지난해 멕시코 바하 랠리 클래스 1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초다. 장거리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모터사이클 랠리 문화가 아시아에는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빌린 바이크로 종합 8위를 거머쥔 왜소한 아시안의 반전 실력에 외국 선수들이 놀라움을 나타냈다고 한다.

2017년 류 선수는 10년 남짓 다닌 회사도 그만두고 전업 랠리스트로 변신했다. 한국에서 유일무이한 모터사이클 랠리스트다. 내년 ‘다카르 랠리’에 출전하기 위해 온몸을 던진 것이다. 다카르 랠리는 해마다 완주율이 절반 못 미치는 험난한 대회다.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사막 위주의 코스를 14박 15일 동안, 약 1만㎞를 달린다. 아직 한국인 중에서 다카르 랠리에 도전한 사람은 없다.

류명걸 모터사이클 선수의 아버지는 어느날 “이제 오토바이는 그만 타면 안 되겠느냐”고 만류했다. 걱정하는 마음에서다. 류 선수는 호쾌하게 답했다고 한다. “아버지, 대통령도 한국에서 오프로드 바이크 타려면 저한테 배워야 돼요.” [사진 제공=정주영 작가]

화려한 엔진 소리 뒤에는 셀 수 없는 어려움과 궁핍이 있다. 지난달 15일 류 선수를 인터뷰한 경기 남양주의 모터사이클 스튜디오는 그의 거처이기도 하다. 소규모 컨테이너 공장을 개조해 바이크 수납과 정비, 연습을 해결하고 벽을 둘러 만든 작은방에서 잠을 잔다.

그는 회사를 그만둔 뒤 전세 보증금과 퇴직금을 모아 다카르 랠리 참가비 4000만 원을 마련했다. 외국 전지훈련 비용과 생활비를 마련하는 건 늘 빠듯하다. 유수 자동차 기업이 스폰서를 맡는 서구 국가의 모터사이클 선수들과 달리 한국에선 모터사이클에 대한 인식이 낮아 스폰서를 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류 선수는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그의 옆에서 홍보 영상과 사진을 찍어 도움을 주는 정주영 사진작가, 대회 통역 재능기부를 해주는 지인, 물심양면으로 십시일반 지원해주는 모터사이클 마니아들이 있어서다.

─ 한국의 유일한 랠리스트 선수인데요. 랠리는 어떤 대회인가요.
“모터사이클 대회에도 온로드와 오프로드가 있어요. 온로드는 포장도로에서 경주하는 거고 오프로드는 산악 같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거죠. 오프로드에도 여러 가지 장르가 있는데 랠리는 사막, 초원처럼 길이 없는 곳에서 하루에 500~600㎞, 길게는 800㎞ 이상 며칠씩 달리는 장거리 대회입니다. 랠리 대회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위험한 대회가 다카르 랠리예요. ‘죽음의 랠리’라고도 불리는데 선수가 길을 헤매다 조난이 되기도 하고 실제로 사망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교황청에서도 하지 말라고 반대를 할 정도예요. 저는 2020년 다카르 랠리에 출전해 완주하는 게 목표입니다.”

─ 불모지인 한국에서 모터사이클 랠리에 도전한 이유가 뭔가요.
“2000년에 정비 과정을 수료한 뒤 바이크 정비 일을 시작했고 국내 오프로드 대회에 여러 번 참가했어요. 2007년 국내 대회 우승을 한 뒤로 매해 우승을 하면서 국내에서 모터사이클 오프로드를 제일 잘 타는 선수 중 한 명이 됐죠. 주변에서 아시아 랠리 대회에 참가해보라고 권유해서 2011년에 캄보디아 대회에 참가했는데 제 예상 전혀 다르더라고요. 그때까지는 남들보다 빨리 결승점에 골인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랠리는 계속 혼자 달리고 하루 동안 길을 잃기도 하면서 굉장한 묘미를 느꼈어요.”

─ 모터사이클을 시작한 계기도 궁금한데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 바이크를 빌려 탔다가 고장이 났어요. 그걸 고치려고 바이크 숍을 알아보고 사장님과 같이 고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죠. 흥미를 느껴서 이륜차 정비 교육을 받았고, 군대에 다녀와서 대학에서 자동차과에 입학했어요. 처음으로 공부에 재미를 느껴서 성적 우수 장학금도 받았고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자동차를 할까 모터사이클을 할까 고민하다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 싶어서 2007년에 바이크 회사에 취직했죠.”
 
지난달 15일 경기 남양주 소재 스튜디오에서 ‘인스파이어’와 인터뷰하고 있는 류명걸 선수. [사진=안경찬 PD]

─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랠리 대회만 출전하고 있다면서요.
“본격적으로 다카르 랠리를 준비하려고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네가 이제 미쳤구나’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참가비를 포함해서 다카르 랠리 출전하는 데 3억 원 정도 들거든요. 제가 월급을 한 푼 안 쓰고 모아도 10년은 족히 걸리겠더라고요. 참가비는 내 돈으로 장만하고 제대로 준비하면 주변에서도 진지하게 보고 도와주지 않겠나, 어떤 식으로든 해보자 싶어서 스튜디오를 만들었죠.”

─ 평소에 어떻게 훈련하나요.
“아침 6시쯤 일어나서 수영과 필라테스를 하고 오후에 사이클을 타거나 모터사이클 훈련을 해요. 체력 단련이 핵심이거든요. 중요한 건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가서 배변 훈련을 하는 거예요. 랠리를 할 때 하루에 800㎞ 정도를 달리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출발하기 전에 배변을 보지 않으면 중간에 내려서 해결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게 습관이 되어있지 않으면 못하는 거죠.”

─ 위험한 걸 알면서도 왜 랠리를 계속하나요.

“랠리는 저를 사랑하는 방법이에요. 몽골 랠리에서 사막을 달리는데 계속 똑같은 지형에 어디서 오는 지도 모르는 바람만 계속 불었어요. 그때 내가 여기서 고립된 채 죽는다면 그냥 썩어서 없어지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래는 아주 오래전부터 거기 존재했지만, 저는 한 줌의 바람도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스스로 돌아보게 됐어요.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늘 읍내, 도시 아이들과 비교를 하다 보니까 어렸을 때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어요. 부모님을 원망하고 ‘왜 우리 집은 가난할까’ 그런 생각을 계속했던 거죠. 랠리를 하면서 그런 열등감이 사라졌어요. 혼자 달리다 보면 누가 나보다 잘났고, 돈이 많고, 더 배웠는지 전혀 상관 없어져요. 나 자신이 중요한데 지금까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아왔던 거죠.”

─ 우리 사회는 모터사이클에 대한 편견도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모터사이클 문화가 짧기도 하고, 바이크에 대한 인식이 배달하시는 분들과 일명 ‘폭주족’ 두 가지로 나뉘어서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에요. 바이크를 타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도 많이 하시고요. 그런데 저를 포함해서 바이크를 제대로 타는 사람들은 절대로 헬멧과 보호 장치 없이 운전하지 않아요. 모터사이클 문화가 길고 발달해있는 외국에서는 고속도로에서도 바이크를 운전할 수 있고, 어릴 때부터 바이크를 많이 접해요. 인프라 자체가 크다 보니까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들처럼 나라나 기업에서 후원하는 선수들도 많죠. 한국은 모터사이클 타는 사람이 선수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안 되는 게 아쉽긴 합니다.”


지난달 21일 류명걸 선수가 경기 남양주 소재 공터에서 언덕을 뛰어넘고 있다. [사진=유은수 기자]

─ 넉넉한 후원 없이 다카르 랠리를 준비하는 데 힘들지 않나요.
“국내에는 초원, 사막 같은 지형이 없으니까 전지훈련 비용이 많이 들죠. 바이크를 가져가는 게 복잡하고 비싸서 대회에 나갈 때 현지에서 바이크를 빌릴 때가 많아요. 국내에 랠리용 바이크도 딱 3대밖에 없어요. 그런데 제가 다카르 랠리를 준비하니까 한 분이 빌려주셔서 그걸로 연습을 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재능기부와 봉사를 해주세요. 정주영 작가님은 스폰서를 모집하기 위해 해외 모터쇼에 가서 제 프로필을 돌리고 오시기도 했고요.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제가 다카르 랠리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다카르 랠리에 다녀온 뒤 계획은 있나요.
“다녀와서 뭐 할 거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저는 그냥 출전 자체가 목표예요. 완주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도 안 합니다. 해봐야 아는 거니까요. 다카르 랠리에 도전한 기록을 ‘다카르 다이어리’라는 책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모터사이클 랠리를 하면서 저를 이끌어준 선배가 없었거든요. 앞으로 랠리에 도전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이런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조언하고 격려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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