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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책임경영의 반면교사 돼야 할 금호아시아나 사례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했다. 그룹의 자구계획 제출과 채권단의 거부 그리고 계획수정 과정은 하룻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그 흔한 오너와 채권단의 밀고 당기기는 물론 몇마디의 하소연 조차 없었다. 대마불사의 신화는 사라졌다. 그만큼 세태는 달라졌다.

지난 10일 박삼구 전 회장은 자신과 일가족 보유 금호고속 지분(42.7%) 담보 제공 조건으로 5000억원 유동성 지원과 3년 간의 경영정상화 기한을 달라는 1차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채권단은 대주주 사재 출연, 유상증자 등 자금난 타개를 위한 실질 방안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박 전 회장 퇴진은 명목에 그치고 경영정상화 기간 3년 보장도 ‘시간끌기’일 뿐이라고 봤다. 명백한 거부의사였다. 박 전 회장은 별 수 없이 구주 매각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을 즉각 추진하고 채권단에 금호고속 지분 전량(47.5%),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량(33.5%)을 담보로 제공하는 내용의 수정 자구안을 제출했다.

매출 10조원에 육박하는 재계 순위 25위 그룹의 전격적인 주력 계열사 매각 소식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올 것이 왔다고 보는 것이다. 그만큼 10년에 걸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심각한 상태였다는 의미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사례는 재계의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그나마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오히려 시장에선 대형 M&A의 새국면으로 넘어가는 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제야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의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본다. 관련 주가도 오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막대한 그룹들이 적지않다.

사실 그룹의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태는 나쁘지 않다. 최근 3년간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뤄냈고 지난해엔 6조2012억원에 달했다. 그룹 매출의 65%에 육박하는 실적이다. 영업이익도 282억원이나 되지만 금융비용 등의 부담으로 전체 순손실 1959억 원을 냈다. 새 주인을 맞아 재무구조만 손질해도 곧바로 우량회사가 된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순위 25위에서 60위권 밖의 중견기업으로 전락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남아있다. 그나마 주력기업의 영양가가 높아 매각후 나머지 계열사의 경영안정은 물론 재기의 발판까지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중요한 건 욕심을 버린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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