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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갈등 해소, 암컷의 성적 자율성 확대가 답이다

  • 기사입력 2019-04-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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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포럼, 새 연구 성선택 진화론 발전
수컷 바우어새 화려한 공간으로 암컷 구애
아름답고 안전할수록 선택…다양·정교해져
선택의 자유, 性자율성 확대·미적진화 동력
성폭력 상습적인 오리 사회, 암컷 교미거부
강제교미로 유전적인 이점 상실 우려 ‘회피’


파푸아뉴기니의 센트럴하이랜드에서 수컷 어깨걸이풍조 한 마리가 자신의 과시용 통마무를 방문한 암컷에게 가슴깃털을 부챗살처럼 펼쳐 특유의 스마일 이모티콘을 보여주며 구애행동을 하고 있다. [동아시아 출판사 제공]

수컷 바우어새는 구애를 위해 아주 아름다운 오두막을 짓는다. 둥지가 아니다. ‘바우어(bower, 나무그늘 또는 정자)’라 불리는 다양하고 독특한 구조물을 만들어 갖가지 재료로 장식해놓고 암컷에게 구애를 한다. 큰 바우어새는 장식 터널을 통과하듯 진입로형 바우어를, 맥그레거바우어새는 화려한 단풍나무형 바우어, 이빨부리바우어새는 녹색 잎으로만 장식된 과시용 공간을, 황금바우어새는 두 개의 단풍나무 바우어를 짓는다. 보겔콥바우어새는 단풍나무와 오두막집을 결합한 멋진 집을 짓는다. 바우어의 건축양식은 정교하고 화려하다. 암컷의 안전을 위해 건축구조를 혁신하기도 한다. 바우어의 앞마당과 뒷마당을 장식하는데 사용하는 수집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과일이나 꽃, 잎, 뼈나 조개껍질, 곤충, 깃털을 사용하고, 이끼나 밀짚, 자갈로 바닥을 깐다. 이런 수고로운 건축의 유일한 목적은 암컷의 환심을 사 짝짓기를 하는 것이다.

암컷이 이런 호사를 누리는 건 저절로 된 게 아니다. 진화의 결과다.

리처드 포럼 예일대 조류학과 교수는 ‘아름다움의 진화’(동아시아)에서 이를 ‘미적 리모델링’이라고 부른다. 수컷의 성적 과시행동과 암컷의 미적 신호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진화해 암컷의 성적 자율성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수컷은 암컷을 좀 더 즐겁게 해주고 암컷의 선택에 좀 더 수용적인 매력적인 성적 파트너로 거듭나게 됐다.

반면 오리의 성관계는 폭력적이다. 영토가 없는 청둥오리들이 사는 고밀도 생태계에선 과도하게 많은 수컷들에 의한 강제교미, 즉 ‘성폭력’이 상습적으로 일어난다. 암컷 오리는 강제교미에 저항하며 무례한 수컷들로부터 벗어나려고 시도하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강제교미가 종종 조직적으로 자행되기 때문이다. 암컷이 저항함으로써 치르는 비용은 막대하다. 중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죽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죽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저항하는 이유는 뭘까?


저자에 따르면, 강제교미는 유전적 이점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수컷과 짝짓기에 성공한 암컷은 자신 뿐만 아니라 모든 암컷이 동경하는 과시형질을 물려받은 아들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성적으로 매력적인 아들 역시 매력적인 손주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 그녀의 후손은 더욱 불어난다. 반면 강제로 수정된 암컷은 자신의 미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수준의 형질을 가진 아들을 낳게 되고 그러면 다른 암컷들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손주의 수는 줄어들게 된다. 성폭력의 간접적·유전적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강제교미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성폭력은 이기적인 수컷 입장에서의 진화전략일 뿐 암컷과 전체의 진화적 이해관계에 어긋난다. 폭력성은 암컷을 불구 또는 살해함으로써 개체군의 감소를 초래하고 성비가 왜곡될수록 비명횡사하는 암컷들은 더욱 증가한다. 결국 암컷 오리는 강압에 대한 저항을 위해, 구불구불하고 나아가기 어려운 특단의 생식기의 신체적 매커니즘을 진화시켰다. 강제 교미를 자행하려는 수컷과 이를 어떻게든 막아내려는 암컷의 치열한 군비경쟁의 결과다.

반면, 암컷 바우어새는 배우자선택의 힘을 이용해 수컷의 성적 행동을 ‘암컷의 성적 자율성을 고양·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암컷바우어새는 수컷의 과시행동이 지나칠 경우 나타날 위험한 상황, 즉 데이트 폭력을 회피하기 위해 ‘비상탈출구’가 마련되지 않은 무대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수컷 바우어새는 더 혁신적인 안전한 비상탈출구 마련과 아름다운 오두막짓기에 힘을 쏟게 된다. 포럼 교수는 “선택의 자유는 성적 자율성을 보장하며, 성적 자율성은 아름다움의 진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성선택은 자연선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다윈의 통찰을 확인시켜 준다.

동물들의 ‘성선택’은 지금까지 적자생존의 법칙에 기초한 ‘자연선택’의 부수적인 곁가지로 여겨지지만 다윈은 애초에 성선택을 자연선택보다 낮춰보지 않았다.

리처드 포럼 교수는 30여년 동안 수리남과 안데스 산맥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새들의 행동과 깃털, 모양,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연구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자연의 경이와 아름다움이 결코 “자연선택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1만여종의 새들의 색깔과 깃털의 모양, 노래와 행동은 제각각이다. 이런 특징에 대한 선호도를 바탕으로 새들은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외적인 장식적 아름다움은 기능과는 거리가 멀다. 성적 장식물은 배우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 오히려 양쪽의 생존 능력과 생식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연선택의 진화와는 다르다. 자연선택만으로 자연계에서 볼 수 있는 성적 장식물의 다양성, 복잡성, 극단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주장이다. 이는 오로지 배우자로 선택받기 위해 성적인 아름다움을 수 백만년에 걸쳐 진화시킨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과시형질과 짝짓기 선호가 공진화해온 결과다. 수많은 새들의 관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쓴 저자의 성선택 진화론은 매우 흥미롭고, 특히 성갈등을 해결하는 진화의 묘책이 놀랍다.

이윤미 기자@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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