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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째 똑같은 프로그램” ‘섬’이 된 정신건강센터
수원 성인건강복지센터 가보니
연극등 질환개선 도움될지 의문
일자리 위한 사회적응 훈련 원해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것보다는 지역사회가 정신질환자들을 촘촘하게 관리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현재 각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질환자를 잘 관리하고 있을까.

지난 2월 방문한 경기도 수원시 수원 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장면은 복도에 가만히 앉아있는 환자들의 모습이었다. 조울증 환자 박일용(45) 씨는 몇 분 동안 움직임도 없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잠시 복도를 걸어 다니던 그는 센터 게시판 앞에 우두커니 서있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천장만 바라봤다. 박 씨는 “증상이 안좋아 병원에 입원하고 나왔는데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다”고 했다.

건너편 복도에도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대여섯명이 긴 의자에 앉아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대부분 우울증, 정신분열, 조울증 등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이었다. 1시간이 흘러도 이들은 아무 미동도 없이 앉아만 있었다. 간혹 아는 사람들끼리는 인사를 나눴지만 대화는 뚝뚝 끊겼다.

센터는 일주일 중 사흘간 연극, 자아개발, 그림 치료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도 연극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20대~60대로 이뤄진 10명이 원을 그려 의자에 앉아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게임을 했다.

그러나 나머지 환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0년 넘게 센터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프로그램은 전혀 새로운 자극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조현병 환자는 “초등학생이나 들을 법한 프로그램들 뿐이다. 심층적인 심리 상담같은 것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김모(38) 씨 역시 센터가 제공하는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은 더이상 안듣고 그저 센터에서 시간만 보내는 편이다. 그는 “주치의가 중증환자들이 듣는 심리상담보다는 일자리 등 사회적응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면서 “그러나 막상 일자리는 구해지지 않아 이곳에 온다”고 전했다.

센터에서도 사정은 있었다. 수원 센터가 돌봐야 하는 정신질환자들 총 수는 543명이다. 이들을 관리하는 실무자는 11명 뿐이다. 하루에 약 60여명이 방문하지만 주간 프로그램에 투입된 직원은 2명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수십년째 타들어갔다. 30년 넘게 조울증 아들을 키우고 있는 설운영 정신건강학교 교장은 “환자들이 가장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지역건강증진센터인데, 이들은 그저 이들이 모이는 공간으로밖에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정부의 지원이 강화돼 인원이 충원되고 프로그램도 더욱 전문화되고 다양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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