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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에 대한 조성우의 따뜻한 시각.. ‘뷰티플 마인드’를 듣는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고양이를 부탁해’ ‘외출’ ‘만추’ ‘덕혜옹주’의 음악을 담당했던 국내 영화계의 독보적인 존재 조성우 음악감독이 기획, 제작하고 음악감독까지 맡은 영화가 눈길을 끈다.

지난 18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뷰티플 마인드’다. 이 영화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음악을 익혀 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 앙상블을 맞춰나가는 과정을 가감없이 담고 있다.

영화는 이전부터 조성우 음악감독과 함께 작업을 했던 고(故) 류장하 감독의 유작이기도 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류 감독은 영화를 완성시킨 후 개봉을 보지 못한 채 지난 2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5년간 맡기도 했던 조성우 감독은 음악영화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던 97년 겨울 “음악영화의 좋은 소재가 있다”는 한 친구의 소개로 충무아트홀에서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영화에는 발달장애가 있지만 클래식 기타 실력이 일품인 심환과 시각장애를 지닌 피아노 천재 소년 김건호, 기타리스트 허지연, 바이올리니스트 조현성, 작곡에 재능을 보이는 이한, 시각장애인인 첼리스트 김민주, 시력이 좋지 않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진 등이 이원숙 선생님 등의 도움을 받아 악기를 익히고 소리를 맞춰가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음악을 통해 생각도 확장되고, 관계도 넓어지고 사람이 많이 달라진다. 아이가 좋아진다.” 영화 사이사이 등장하는 그들의 엄마의 인터뷰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조성우 음악감독은 말한다. “장애인을 희망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나의 첫번째 음악영화 제작작품인 뷰티플 마인드는 장애인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음악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음악만 조명하니 그런 시선이 나온다. 고(故) 류 감독의 특징이 사물의 밝은 면을 본다는 점이다. 류 감독의 따뜻한 시선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허진호 감독과 연세대 철학과 동기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조성우 감독은 오랜 기간 철학 강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전공은 독일 계몽철학의 서장을 연 라이프니츠다. 라이프니츠가 철학 이론을 발표하면서 정치가, 외교관으로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듯이 조성우 감독도 철학과 영화음악을 겸업하고 있다.

“음악의 본질은 신체적인 것이 아니다. 표현되는 정서와 느낌이다. 발달장애를 겪는 사람은 언어적인 소통이 잘 안되지만, 악기를 몸에 익히면 느낌과 정서는 보통 사람들과 똑같다. 표현하는 걸 보면 음악적 소통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장애란 신체적 훈련을 할때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지, 음악적으로는 장애라 할 수 없다.”

그의 설명은 이어진다. “음악은 자기를 타자화하는 것, 즉 자기를 맡기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하는 것에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음악적으로 치유 받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 가 없다. 선율, 음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찾아나서는 것이라 신체적 장애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성우 음악감독은 “내가 영화음악가이고, 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했으니, 이제 음악영화를 만들고 싶다”면서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다. 음악이 어두운 감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등 치유의 기능이 있다. 이번 영화를 만들고나니까 기대하지 않았던 게 보였다. 유명한 배우도 안나오고, 극적인 이야기도 없고, 드라마도 없지만 사람들의 이야기, 소소한 일상에서의 기쁨들, 잃어버린 행복을 말해준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사람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환기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성우 감독은 우리나라의 영화산업이 작지 않고 음악 DNA가 있는데도 음악영화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화 강국인 인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

“영화 감독과 제작자들이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고 본다. 다양성 있게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이를 깨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저의 이력과 적성, 사명으로 볼때 음악영화를 제작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음악을 만들 때는 한국에서 만드는 것이니 만큼 뮤지컬이나 재즈로 음악영화를 만드는 것은 미국만큼 잘 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국사람에게 잘 어울리고 한국에 맞는 음악적 접근을 하겠다. 인도 영화 산업, 즉 발리우드도 인도음악을 기초로 한다. 트로트나 한류 K팝, 전통음악 등이 모두 제가 만드는 음악영화의 대상이 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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