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건설사, 너도나도 ‘미세먼지 방지’
“저희가 2년 간 연구ㆍ개발해 생산한 빌트인 공기청정시스템입니다”

지난 18일, 서울 대치동 자이갤러리에서 열린 GS건설의 ‘시스클라인(Sys Clein)’ 쇼룸 오픈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가전회사의 신제품 소개 행사에서나 나올 법한 말들을 이제는 건설사 행사에서도 들을 수 있다. 시스클라인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열교환기와 공기청정기를 연동, 외기 환기와 공기청정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전열교환기에는 초미세먼지를 99.95% 걸러주는 헤파(HEPA)필터를 장착했다. 한 마디로 ‘미세먼지 없는 집’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에 처음 도입된다.

건설업의 경계를 뛰어넘은 모습은 또 한 번 포착됐다. GS건설은 자체 전담조직을 통해 필터 세척ㆍ교체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한다. 렌털업계의 관리 서비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GS건설의 신개념 공기청정 시스템 ‘시스클라인(SysClein)’ 쇼룸. [연합]

GS건설 뿐만이 아니다. 실내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면서 최근 대부분의 건설사가 너도나도 ‘미세먼지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골격을 짓고, 실내 설계와 내부 인테리어를 얼마나 화려하게 하는 지는 이제 기본이다. 최첨단 기술로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던 데서 나아가 요즘은 건강까지 챙기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런 맥락하에서다.

과거엔 병원 등 특수한 건물에 도입되던 헤파필터도 이제는 필수가 됐다. 대림산업은 이 필터가 부착된 공기청정형 환기시스템을 설치하며, 현대엔지니어링도 같은 등급의 필터가 부착된 장치를 신축 아파트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 건설사는 헤파필터보다 더 촘촘한 미세먼지를 거르는 울파필터(ULPA) 도입을 고민하다가 ‘과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울파필터는 주로 반도체 연구실이나 생명공학 실험실의 클린룸에 적용된다.

강한 바람으로 미세먼지를 털어주고, 이를 밖으로 내보내는 시스템도 속속 등장했다. 현대건설은 공동현관에 에어샤워부스를 설치하고 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미스트를 자동 분사하는 시스템을 내놨다. 대우건설은 단지입구, 지하주차장, 동 출입구, 엘리베이터, 세대 내부까지 공기질을 개선하고 엘리베이터에는 자외선 살균램프와 광촉매 필터를 설치한다. 삼성물산은 각 동 출입구에 에어샤워 공간을 마련해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 일차적으로 미세먼지를 털어내는 방안을 고안했다. SK건설은 단지 출입구에 에어커튼을 적용한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대부분 비슷해 보이는 시스템도 건설사들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새로운 시스템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표나 그래프를 통한 경쟁사와의 적나라한 비교도 이뤄진다. 경쟁이 얼마나 뜨거운 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강도 규제로 분양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건설사 입장에서 공기청정시스템 개선은 아파트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주택 수요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무현 GS건설 건축ㆍ주택부문 사장이 최근 행사에서 공기청정시스템 자체 생산 배경을 “자이(Xi)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의 상품 차별화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차원에서다. 주택도 점차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면서 건설사들이 요즘은 미세먼지 방지 시설은 물론 사물인터넷(IoT)에서 가변형 벽체, 헬스케어 시스템까지 첨단화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진화가 어디까지 갈 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다소 다른 시각도 있다. 미세먼지 방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너도나도 적당한 상품과 협력사를 끼고 ‘미세먼지 없는 주택’을 발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혹여 분양가를 더 올리는 방편이 되는 것은 아닌 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가적 재난의 문제로까지 떠오른 미세먼지에 대해 소비자들이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아파트에서 살도록 하고자 하는 건설사들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소비자들 또한 그런 아파트를 더욱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방지 시설이 객관적 검증이나 실질적 효과없이 단순히 아파트 분양을 위한 유행적 마케팅에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y2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