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전문’ 표기 20만원 내고 등록…현행법에 근거없는 유령제도
“회칙에만…변협 수익사업” 반발
美 등록안해도 ‘전문’ 표기 가능
獨은 연방변호사법에 근거 마련


대한변호사협회에 전문분야를 등록한 변호사에게만 광고에 ‘전문’이라는 단어를 허용하는 등록제도가 변호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업계에서는 변호사법이 광고규제 근거를 소속 협회에 둔 점을 활용해 변협이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22일 변협에 따르면 올해 전문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전문’, ‘최고’ 등을 광고 문구로 총 6건의 징계처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현행 법에 근거가 없는 유령제도다. 그럼에도 변호사들은 ‘전문가’ 표기를 하기 위해 20만원의 등록료를 지불해야 한다. 변협 규정을 위반하면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지난 1월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은 판사 출신 김관기 변호사는 전문변호사 등록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소송대리인인 김형준 변호사는 “독일의 경우 전문변호사가 지위나 제도를 창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에 그 내용을 규정하라고 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회칙으로만 두고 있는데 법의 근거가 굉장히 약하고 전문성 자체가 검증되지 않았다. 변협의 수익사업으로서만 가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광고수단으로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범죄 전문변호사’를 네이버에 검색하면 5건의 파워링크와 12건의 파워콘텐츠가 뜬다. 하지만 모두 ‘성범죄 전담’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성범죄를 전문분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폭력 문제를 주로 다뤄온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반인들은 인터넷에서 ‘성범죄 변호사’를 검색해 변호사를 찾고, 결국 광고료를 많이 내는 업체에서 수임을 많이 맡게 된다”며 “전문분야 등록제보다는 광고규제를 강화하는 게 효율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 표시제한을 풀면 오히려 이를 남발하고 되레 시장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변협 관계자는 “전문표시를 아무나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결국 광고료를 더 많이 쓸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로펌이나 변호사에게만 사건이 편중될 것”이라며 “법조시장 내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연방변호사법을 개정해 전문변호사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상태다. 미국 변호사협회(ABA)는 변협과 마찬가지로 회칙으로서 전문분야 등록제도를 두고 있지만, 등록하지 않았다고 해서 ‘전문’표기를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워싱턴DC의 한 로펌에서 근무하는 박모 미국변호사는 “ABA 전문가 등록제도는 전문성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며 “그냥 ‘형사전문변호사’이냐와 ‘공인된 협회의 전문가 등록이 된 형사전문변호사’이냐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법무부가 관련 내용을 담은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입법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문재연 기자/munjae@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