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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문재인 산업 아젠다 ‘지우개 국정’ 안되려면
김대중 정부는 신성장동력을 처음 꺼내 들고 벤처붐을 유도했다. 노무현 시대에선 동북아 금융허브, 10대 신성장동력 개정증보판을 내놨다. 이명박 정권때엔 자원외교와 토목 개발에 치중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와 녹색성장, 13대 미래성장동력 육성 등을 표방했다. 역대 정권의 청사진은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아 지워졌다. 이른바 ‘지우개 국정’이다. 아무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벤처붐은 숱한 거품과 비리를 양산했고, 금융허브와 서비스산업 강화는 빛을 보지 못했다. 자원개발과 토목프로젝트는 일제히 감사, 수사를 받았으며, 창조경제는 모호했고 녹색성장은 반짝 하다 사그러들었다. 차라리 기업 주도적 산업경제 틀을 잘 관리하고, 낮은 자세의 공무원들이 가치 창출 프로세스를 도와주기만 했어도 ‘대통령 아젠다’에 헛심 쓸 것 없이 더 나은 성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논평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24일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 등 3대 분야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정해 범정부 차원의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내용의 아젠다를 내놓았다. 동반성장, 일자리 창출효과 크다는 선정 이유엔 공감이 간다. 하지만 ‘양치기 소년’을 많이 보아서인지, ‘추격형 아닌 선도형’, ‘퍼스트 무버’라는 표현에선 정치적 미사려구라는 느낌과 매우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기대감이 교차한다. 우리가 세계 10위권임을 감안하면, 비메모리, 바이오, 미래차가 ‘톱10’ 국가들의 수준을 리드할 만한 수준이라 단언키 어렵다. 그럼에도 문재인 독트린을 믿고 싶은 이유는 꼭 성공해야 국민과 기업의 형편이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말하면 정부는 그 강한 의지 만큼, 예상을 넘는 과감한 지원을 해야 마땅하다.

‘디테일’ 부족은 역대 아젠다의 실패 원인이었다. 아젠다 발표 때 의지와 추진 실무때의 태도가 달랐던 것이다. 청와대측이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에게 바이오 현장에 가보겠다고 했고,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산업체감도 높은 정책이 구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정무에 능한 참모들은 일부 경영진이 검경 수사를 받는 기업에서 세계적인 산업시설을 구축했을 때, “거긴 가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라고 흔히 간언한다. 그건 틀렸다. 현장에 가보고 뭘 도와줄까 물어보는 것이 맞다. 경영진 1인이 잘못했다고 수십년 그 기업에서 땀 흘리며 우리 경제를 일궈온 100만명의 노고가 송두리채 무시당하는 결과로 비쳐져선 안된다.

검찰은 “결국 기업이 앞으로 더 잘 되게 하려는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렇다면 수사과정에서 더 잘 되는 기업이 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늘 숙고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디테일’의 요소로, ▷개념어와 키워드 숙지 ▷숫자 ▷현장 중심의 생동감과 체감도 ▷혁신산업 경영의 조건 ▷추이와 트렌드의 이해 ▷찬반의견의 경청 ▷다양한 지원 방식의 시뮬레이션 및 효과 분석 ▷의외의 변수에 대한 고려 등을 언급한다.

대통령이 강한 표현으로 방향을 제시했으면, 실무자들은 귀를 열고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 대통령의 의지가 말단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고 실행돼, ‘지우개 국정’의 오명을 씻는 최초의 정권이 되기를 기대한다. 

함영훈 산업섹션 선임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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