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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e커머스 치킨게임과 재래시장
필자가 유통분야를 취재했던 20년 전 업태는 오프라인이 주였다. 크게 백화점, 할인점, 전자양판점, 편의점/슈퍼, 패션쇼핑몰, 재래시장이었다. 당시 할인점과 편의점은 전국적 출점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재래시장과 슈퍼의 위상은 줄어드는 분위기였고, 온라인 쇼핑(e커머스)은 사실상 태동기였다. 20년이 흐른 지금. 백화점과 할인점은 정점을 찍고 있고 편의점은 견조한 흐름세다. 재래시장과 동네슈퍼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반면 이베이, 쿠팡 등 ‘e커머스’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최근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월 2회 의무 휴업 규제를 기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외에 복합쇼핑몰 등으로 확대하자는 게 골자다. 재래시장 보호가 명분이다. 이 법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을 이분화시켰다. 하지만 유통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대형마트 실적은 하락추세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마트업계의 매출은 전년대비 2.3% 감소했다. 최근에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은 국민가격, 극한가격 등 초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추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줄어든 매출분이 재래시장으로 이동한 것도 아니다. e커머스쪽이 흡수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e커머스 시장은 113.7조원이었다. 2000년에는 2.1조원에 불과했다. 2025년엔 214.1조원으로 순수소매시장의 약 50%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이 지난해 1조원의 영업손실에도 ‘계획된 적자’를 표방하며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다. 이베이코리아, 11번가는 물론 기존 오프라인 강자들인 롯데, 신세계 등도 시장경쟁에 돌입하며 그야말로 ‘치킨게임’ 양상이다. 유통산업은 이제 재래시장과 대형마트가 아니라 오프라인 전체와 e커머스를 놓고 봐야할 시점이다. 특히 e커머스의 폭발적 성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성장 이유는 소비자변화, 이베이ㆍ11번가ㆍ쿠팡 등 사업자 등장, 인터넷과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사업자환경 변화 등 여러가지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커머스사업자들의 가담도 ‘판’을 키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구매주체인 소비자들의 변화가 핵심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대형마트도 잘 가지 않는다. 필요할 때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가격도 싸고, 배송도 빠르다. 각종 스마트페이가 즐비한 데 주차하기 어렵고 신용카드 사용마저 쉽지 않은 재래시장은 더욱 선호하지 않는다. 실제 필자가 얼마 전 찾아간 서울 화곡동의 한 재래시장에선 5곳에서 물건을 샀지만 2곳에선 현금만 받았다. 지갑에 현금이 부족해 몇가지 물건은 담았다가 다시 뺄 수밖에 없었다. 주차도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최대 1시간만 무료로 제공해줬다. 검색부터 결제, 배송까지 ‘원클릭’이면 가능한 온라인 쇼핑과는 비교될 수밖에 없다. 정서적 측면에서 재래시장 보호에 공감해도 몇 번의 불편함이나 반대로 편리한 쇼핑경험을 하고 나면 소비행태가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유통산업발전법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옷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법 이름대로 유통산업발전이 주 목적이면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이분법적 구도는 버리고, 최근 변화에 맞는 산업 성장과 유통업계의 경쟁력 제고, 정책적 지원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규제 일변도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재래시장 보호를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월 48시간 닫아야 한다는 법안까지 나올 지도 모른다. 유통산업의 진정한 발전은 소비자의 변화를 읽는 데서 나온다. 

권남근 소비자경제섹션 에디터  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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