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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전6권·나관중 지음, 모종강 정리, 송도진 옮김, 글항아리)=나관중의 ‘삼국지’는 국내에 여러 버전으로 번역 소개돼 인기를 얻고 있는 고전 중 고전이다. 한나라 영제 중평 원년(184년) 황건적의 난부터 오나라의 멸망까지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극적인 에피소드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이번 ‘삼국지’는 ’삼국지‘ 판본 가운데 보편적으로 읽히는 ’모종강본‘ 120회를 완역했다. 매회 말미에 ‘실제 역사에서는’을 덧붙여 소설 ‘삼국지’와 실제 역사 기록을 비교·분석, 궁금증을 해소해 준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가령 ‘삼국지’의 유명한 에피소드인 ‘도원결의’는 실제 역사에서는 없었다. 다만 “선주(유비)는 잠잘 때도 관우와 장비 두 사람과 함께 같은 침상에서 잤으며 은정과 도의가 마치 형제와 같았다”는 기록이 있는 정도다. 삼국지의 무장 관우가 사용, 한 번 휘두르면 추풍낙엽처럼 적들이 날아갔다는 청룡언월도도 없다. 청룡언월도는 이 시기에 없었고, 관우는 기본적으로 대도를 사용하지 않았다. 청대 학자인 장학성은 소설 ‘삼국지’의 내용 중 “70퍼센트는 사실이고 30퍼센트는 허구”라고 말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그 이상이라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임성순 지음, 은행나무)=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임성순의 첫 소설집으로, 부조리에 무감해진 사회와 시스템에 주목했다. 개인이 처한 상황은 삶을 송두리째 흔들 정도로 심각하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집단적 용인 아래 묻히곤 하는데 작가의 글쓰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무감해진 감각을 일깨우는 작가의 기법은 공포와 놀램이다. 작가는 이 우회적 기법으로 블랙코미디, 오컬트, 패러디 등을 동원한다. 재벌 비자금 사건으로 망하게 된 미술평론가 겸 에이전시 대표의 얘기를그려낸 표제작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현실과 퍼포먼스의 경계를 허문 공포가 압권이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미술시장의 이면과 기괴하고 개념적인 현대미술의 종착역을 디테일하게 그려냈다.순번대로 돌아가면서 애를 가져야 하는 임신과 육아의 현실을 그린 ‘사장님이 악마예요’는사무실의 일상적 모습을 돌연 판타지로 바꿔놓는가하면, 인류 낚시 통신이라는 비밀 결사대의 은밀한 초대를 받아 신분을 위장하고 광화문으로 향한 백수의 이야기 등 기발한 설정은 비현실적이거나 엉뚱하다기 보다 묘하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다산책방)=‘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유쾌한 요리 에세이. 대체로 그렇듯이 요리를 배울 기회가 별로 없던 작가가 중년이 돼 뒤늦게 낯선 영역인 부엌에 발을 들여놓은 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백 권이 넘는 요리책을 사 모으며 요리 경험과 교훈을 쌓아가고 인생의 지혜로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현란한 글 솜씨로 풀어놓았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요리를 시작한 반스의 첫 도전은 만만해 보이는 비시 당근 요리. 별 복잡할 게 없는 요리에 자신감을 갖고 요리책을 들여다본 순간, 레시피 번호가 중간에 하나 빠져 있는 걸 발견하곤, 저자에게 전화를 건다. 그에게 돌아온 설명은 별 문제 없다는 답변.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저자와 집착하는 반스의 어긋남은 직관과 엄격함의 차이로 이어진다. 레시피에 정확한 계량이 빠지거나 잘못돼 일어난 에피소드도 웃음을 자아낸다. 요리책에 적힌 작은 양파, 중간 크기, 큰 양파는 실제로는 작은 샬롯부터 컬링 스톤 만한 양파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는 그의 지적은 요리책 검증단처럼 핀셋 오류를 집어낸다. 반스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깐깐한 스스로를 ’부엌의 현학자‘라고 부르며, ’레시피 재현 실험‘을 통해 불친절한 레시피가 주방에 일으키는 참사를 위트있게 밝혀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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