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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국극·최승희·디아스포라…근대화 소외된 여성들의 외침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공식 개막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는 9일(현지시간) 제 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를 개막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주제 아래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대화 역사와 현재를 다양한 각도에서 젠더 복합적 시각으로 선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진 감독, 정은영 작가, 남화연 작가, 제인 진 카이젠 . 이한빛 기자/vicky@

[베니스(이탈리아)=이한빛 기자] 가장 쉬운 또 완벽한 차별은 ‘배제’다. 층위를 나누어 순서를 부여하면 갑론을박이 벌어지지만, 논쟁의 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리면 그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남성 중심 사회의 여성이 그러했고, 서구 중심에서 아시아가 그랬다.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류사회의 견고함에 틈을 내는 시도는 그래서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외친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고.

겁 없는 언니들의 외침이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 울려퍼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는 9일(현지시간) 제 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를 개막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주제 아래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대화 역사와 현재를 다양한 각도에서 젠더 복합적 시각으로 선보인다. 예술감독엔 김현진 큐레이터, 작가엔 정은영, 남화연, 제인 진 카이젠이 참여했다.

정은영은 한국 전쟁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이제는 거의 명맥이 끊겨버린 여성국극, 그 계보를 잇는 동시대 퀴어공연 퍼포머들을 소개한다. 작가는 “문화적 배제는 정치의 산물”이라며 “배제로 그 존재조차 모르고 없애버린 채로 역사를 배웠다. 영상으로 이를 살려내려면 기존의 문법과 달라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내러티브를 따라가면 더 이해하기 힘들고, 흐릿한 영상의 형체를 찾으려면 더 찾기 힘든 영상작업이 탄생했다. 이미 사라져버린 역사처럼 약간의 흔적들을 바탕으로 상상해야만 완성된다.

남화연은 근대 여성 예술가인 최승희의 춤과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식민지, 냉전이라는 시대상황 속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았던 그의 갈등과 탈주가 영상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예술가로의 최승희를 만나고 싶었다”며 “파리에서 공연하며 동양춤을 정립하고자 했고, 식민지시대엔 일본군 위문공연을 올려야했던 그리고 해방공간에선 북을 선택해 우리에게 거의 지워진 그를 통해 현재까지 남아있는 복합적이고 총체적 질문을 던진다.

제인 진 카이젠은 바리설화를 근대화 과정의 여성 디아스포라의 원형으로 해석했다. 아버지를 살려 놓았지만 그 댓가를 받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세상의 끝을 넘나들며 신이 되고자 했던 그의 선택을 국내 이주여성, 성차별 등 다양한 층위로 풀어낸다. 작가는 “경계를 지워나간 그를 삶과 죽음의 중재자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2019년 제 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랄프 루고프 영국 헤이워드갤러리 관장이 촘감독을 맡고 “흥미로운 시대에 살기를(May you live in interresting Times)”이라는 주제를 제시했다. 전시는 11월 24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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