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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코’ 재조사 1년, 꿈쩍 않는 은행들…고심 깊어지는 금감원
“불공정계약 아니다” 대법 판결에
불완전판매 부분 초점…조정안 준비
은행들 “납득 어렵다”…여전히 난색
‘소비자보호 강조’ 윤석헌號 시험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키코(KIKO)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조사 막바지 단계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다음달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안이 나와도 은행들이 수락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데, 은행들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감원 분쟁조정국에 따르면 키코 사건의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상정은 다음달 중후반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당초 윤석헌 원장은 다음달 초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올리겠다며 서두르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실무 부서에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금감원의 키코 재조사 기간은 만 1년을 채우게 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 기업과 은행 등 조정 당사자들이 양보할 수 있도록 꼼꼼하고 면밀히 자료를 준비하는 중”이라며 “다음달 초는 빠듯하고, 6월 내로는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윤석헌 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25일 키코 전담반을 꾸리고 의욕적으로 재조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조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1년을 채우게 됐다.

금감원이 이처럼 신중을 기하는 것은 키코 사건의 조사 결과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정해둔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는 환헤지 파생금융상품이다. 다만 환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기업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인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일정 범위를 넘어 폭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했던 중소기업 1000여곳은 수조원대 피해를 봤다.

당시 일부 기업이 “은행이 사기 상품을 팔았다”면서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2013년 불공정 판매가 아니라며 은행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은 법원 판단이 이뤄진 불공정 판매 부분이 아닌 불완전 판매 측면에서 파고들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내용에도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소지는 일부 인정된 부분이 있는 만큼 조정을 통해 양보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은행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담당 임원이 금감원에 몇차례 가서 논의를 하고 오기도 했지만 사실 은행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만약 은행이 일부 배상하라는 조정안이 나와 이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배임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만약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내놓을 조정안을 은행들이 수락하지 않는다면 윤석헌 원장 리더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취임 후 1년 간 고집스럽게 들여다본 사안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난다면 윤 원장의 ‘소비자 보호’ 최우선 기조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

논란 속에 힘겹게 부활시킨 금융회사 종합검사 등도 동력이 일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6월이 되면 은행들과 금감원의 고심이 그 어느때보다 깊어질 것 같다”며 “금감원이 은행들과 사전 교감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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