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회전문’ ‘사법 독립훼손 논란’…실망스런 차관급인사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단행한 정부와 청와대 차관급 인사가 여러 면에서 실망스럽다. 우선 문 대통령 측근이나 코드가 맞는 주변 인사들이 자리만 서로 바꾼 ‘회전문 인사’라는 점이 그렇다. 인사수석과 국세청장, 법제처장을 교체하는 소규모 인사지만 그 자리가 가지는 상징성은 결코 적지않다. 그러기에 참신하고 폭넓은 인재 기용이 절실했던 인사다. 이를 통해 공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고 야권에서 제기하는 ‘인사 참사’ 논란을 불식시켜 국정 운영 동력을 살려나갈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기대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측근 인사 돌려막기라는 여론의 날선 비판 뿐이다.

김외숙 신임 청와대 인사수석은 회전문인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번에 법제처장에서 자리를 옮겼다. 그 전에는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전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에서 노동ㆍ인권 변호사로 일해왔다. 인사 실무 경험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다만 ‘동지적 관계’라 문 대통령의 의중만은 누구보다 훤히 꿰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다양한 인재를 천거해야 하는 인사수석의 본분보다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먼저 챙기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차관급 이상 고위직 내정자가 11명이나 중도하차하는 등 현 정권의 인사는 국정 수행에 부담을 줄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이같은 처절한 인사실패를 겪었던 전임자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에서 파격 영전한 김형연 신임 법제처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남짓만에 부장판사에서 청와대 비서관, 다시 법제처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그 만큼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것인데, 이 역시 ‘내 사람’ 중심의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회전문 인사도 문제지만 김 신임처장 행보의 파장이 무겁게 다가온다. 당장 사법부 판사들은 노골적인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현직 판사가 청와대로 직행하는 것부터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한데 그것도 부족해 법제처장이란 중책을 맡는 것은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 일각에선 “재판만 잘 해서 저렇게 출세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특히 젊은 판사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개인의 직업선택 자유를 문제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판사직이 권력으로 나가는 통로 정도로 여겨진다면 사법부는 물론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인사가 만사라 하지 않았나.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