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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자연인 농부’로 살아가기

  • 기사입력 2019-06-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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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필자 가족이 살고 있는 강원도 홍천 산골의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도까지 떨어졌다. 때 아닌 냉해에 막 심어놓은 고구마가 비명을 질렀다. 줄기와 이파라가 급속히 누렇게 마르기 시작했다. 상태가 나쁜 것은 뽑아내고 다시 심을까 하다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5월 26일. 전체 400개 고구마 순 가운데 44개만 말라죽었다. 생존율 89%. 평년 보다 조금 낮은 수치이지만 거뜬하게 냉해를 이겨냈다. 자연의 생명에너지와 작물의 자생력을 믿고 기다린 결과다. 필자 역시 그 과정에서 생명에너지를 한껏 충전했음은 물론이다.

옥수수는 또 어떤가. 봄 강풍에 허리가 꺾인 어린 옥수수를 발견했다. 뽑아내고 다시 파종할까 하다가 Y자형 나뭇가지로 지지대를 세워줬다. 이때부터 ‘작은 기적’은 시작된다. 지난해 이맘때도 그랬다. 주인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은 어린 옥수수는 고난을 이겨내고 다른 것보다 더 크게 자란다. 이후 자연의 생명에너지를 간직한 열매로 보은한다. 가만히 지켜보면, 시련을 겪는 작물은 되레 그것을 자양분으로 삼아 스스로를 강하게 만든다. 이 때 작물과 교감하며 그 자생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열매보다 훨씬 귀한 생명에너지를 얻는다. 느림의 미학이자 치유농사다.

필자 가족의 작은 농장(5785㎡=1750평) 맨 위쪽 소나무 숲에는 마치 능수버들처럼 땅을 향해 가지를 늘어뜨린 ‘장애 소나무’가 한그루 있다. 이 소나무는 지난해 겨울 수분을 잔뜩 머금은 눈 폭탄에 몸체 윗부분이 꺾이는 큰 시련을 겪었다.

이후 이 장애 소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나머지 반 남은 몸체의 상단부에서 많은 가지를 내었다. 하지만 힘에 부쳤다. 가지들은 더 이상 하늘을 향해 뻗지 못했다. 현명한 그는 금방 순응했다. 땅을 향해 가지를 내려놓았다. 필자가 ‘능솔(능수버들 소나무)’이란 이름을 지어준 이유다. 그를 통해 강인한 삶의 의지와 자연에의 순응을 배운다.

각종 자연의 친구들과 사귀는 과정에서도 늘 교훈과 치유를 얻는다. 그중에서도 농장 텃새인 꿩을 빼놓을 수 없다. 몇 년 전 필자는 뽕나무 밑에서 열매(오디)를 따다가 발밑 지척에서 땅에 배를 깐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암꿩(까투리)을 발견했다. 하마터면 모르고 밟을 뻔했다. 눈과 표정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지만, 그 꿩은 도망치지 않았다. 처음엔 독사에 물린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새끼들을 부화시키기 위해 알을 품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자신의 목숨은 돌보지 않는 꿩의 지극한 모성애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농장에는 개 두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동물가족을 이루고 있다. 목줄에 묶여있는 개보다는 그렇지 않은 고양이의 삶이 훨씬 자유롭다. 하지만 그 자유의 대가는 혹독하다. 어느 날 검둥이(고양이)가 큰 들고양이에게 ‘테러’를 당했다. 하반신 엉덩이 쪽 일부가 내려앉고 뒷다리는 전혀 못써 질질 끌고 다닐 정도로 그 모습은 처참했다. 남은 생을 불구로 살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렇게 두어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어느 날 검둥이가 네 다리로 일어나 절뚝거리며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이전처럼 민첩하지는 못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달릴 수도 있게 되었다. 가족의 보살핌과 자연 치유력이 만든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이라고 믿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얼마 전 발표한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당신은 왜 시골행을 택했나”라는 질문에 귀농이든 귀촌이든 가장 많은 답변은 “자연환경이 좋아서”였다. 그렇다면 자연과 늘 교감하며 치유를 얻는 ‘자연인 농부’의 길을 걸어보라고 감히 권하고 싶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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