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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끊지 말아 줄래?(최정나 지음, 문학동네)=2018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최정나의 첫 소설집. 여덟편의 소설은 우리의 일상을 비디오처럼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데, 그게 얼마나 기이한지 집요하게 담아낸다. 인물들이 서로 주고 받는 말과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기도 하고 엉뚱한 말이 튀어나와 샛길로 새기 일쑤다. 그 부자연스러움과 기이한 행동이 바로 우리의 일상이라는데 낯섦과 익숙함이 묘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표제작 ‘말 좀 끊지 말아줄래?’는 장례식장을 찾은 이 씨와 우 씨는 고인과 친구 조 씨가 어떤 사이인지 모른 채 조의를 표하고 음식을 먹으며, 해외직구사이트 얘기를 했다가 사업얘기를 했다가 ‘아무 말 잔치’를 이어간다. 옆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무런 맥락도 없는 말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문득 서늘해지는 순간이 온다. 인물들과 그걸 바라보는 독자들이 서로 겹쳐지는 기묘한 지점에서다. 불편한 이런 상황은 익숙한 일상의 모습이기도 한데, 작가는 사건보다는 말을 통해 우리시대의 기이한 자화상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식물예찬(예른 비움달 지음,정훈직·서효령 옮김, 더난출판)=미세먼지나 환경호르몬을 줄여준다는 식물이 인기다. 식물의 이런 정화작용은 흔히 생각하듯 녹색 잎에 있는 게 아니라 식물의 생명활동 자체가 그런 역할을 한다. 각 부분이 소통하고 성분과 영양물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 등의 환경 독성물질과 질소산화물을 흡수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실내에서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는 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노르웨이 기계공학자 비움달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사무실에서 종일 생활하는 환경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숲속 공기 식물 벽을 제안한다. 식물벽의 효능은 오슬로 라듐 병원의 방사선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입증됐다. 60평 남짓의 사무실에 스물 세 개의 식물 모듬을 배치한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일반통증이 34퍼센트 감소했다. 특히 피로, 두통, 기침과 호흡기 관련 질환의 개선이 두드러졌다. 식물과 적절한 조명 만으로 삶의 질과 직결된 매일 느끼는 가벼운 통증의 건강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저자는 이는 자연결핍으로 병에 걸리고 식물과 일관에 노출되면서 다시 건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숲 속 공기 식물 벽을 구현하려면 어떤 식물이 좋은지, 설치법 등 구체적인 방법을 세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페르세폴리스(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박언주 옮김, 휴머니스트)=‘타임’ 2003년 최고의 만화,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알프 아르상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작가 마르잔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노블. 이란 혁명 시기의 혼란스러운 정치상황과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고 유럽사회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큰 울림을 준다. 출간된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래픽노블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고전이다. 진보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선지자’가 되겠다고 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고 발랄한 열살 소녀 마르지는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히잡 착용이 의무화되고 남학생들과 떨어져 수업을 받게 되면서 히잡 착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한다. 계급사회에서 가정부가 차별받기 때문에 왕을 탄핵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이란-이라크 전쟁 중 폭격으로 옆집 친구를 잃는 등 혼란스런 정치상황속에서 마르지는 성장해간다. 오스트리아 유학에서도 혼란은 여전하다. 유럽인들의 차별적 시선 때문에 다시 이란으로 돌아오지만 이란 사회는 더욱 억압과 차별, 폭력이 심해져간다. 아홉살 부터 스물네 살까지 이어지는 마르지의 저항과 좌충우돌 성장기는 진지하면서도 명랑하다. 이란 사회를 이해하는데 좋은 지침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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