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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사회의 편향·쏠림…안티고네를 통해 본 유종호의 통찰
제목은 메시지의 압축이자 책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평론가 유종호의 에세이 ‘그 이름 안티고네’는 노년의 소소한 깨달음과 문학·인문학에 대한 생각, 시대의 통찰 등 네 개의 장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 안티고네가 이들을 관통한다.

안티고네를 호명한 건 평론가 유종호의 오랜 읽기와 비평, 사유의 지점을 보여준다. 안티고네는 잘 알려진 대로 오이디푸스가 어머니이자 연인인 이오카스테 사이에 낳은 딸이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스스로 눈을 찌르고 왕위에서 물러나면서 숙부이자 처남인 크레온이 어린 아들들을 대신해 테바이를 다스리게 된다. 장성한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는 권력을 두고 형제간의 싸움을 벌이게 되고, 폴리네이케스는 외국군대를 몰고 와 에테오클레스를 공격하지만 결국 둘 다 죽고 만다. 크레온은 폴리네이케스를 배신자로 규정, 매장을 금지하지만 안티고네는 가족의 의무를 내세워 이를 어기다 발각돼 자살하게 되는 이야기다.

유종호 평론가가 불러낸 안티고네의 시대적 의미는 이 비극적 충돌이 저자가 헤겔을 인용한 대로 “선과 악의 갈등이 아니라 상호 배제적인 두 개의 부분적 선 사이의 갈등”이라는 이해에 있다. 가족과 정치 공동체의 대립,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여성과 남성, 노인과 젊은이의 대립을 선과 악으로 가르는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 모두 정당성을 갖고 있는 당사자의 갈등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지점이란 통찰이다.

저자는 강단과 여러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편향과 쏠림 현상을 지적하며, “주류적 대세만이 압도적이고 있음 직한 소수 의견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한 상황이야말로 전체주의적 풍토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저자는 또한 감히 도전하기 힘든 위대한 작가에 딴죽걸기를 시도한 도전적인 평론들의 예를 통해 평론의 이의제기의 통쾌함을 들려주는가하면, 우리가 사실이라 알고 있는 것들의 허상의 실체를 보여줌으로써 역사, 전통, 사회, 삶의 자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로 끌고간다.

문학읽기의 장인 3장에선 인문학의 위기가 교양과 고급문화의 쇠퇴, 경제 침체, 반지성주의의 팽배에서 비롯된 범세계적 현상임을 지적하고 현재의 불안과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제1의 조건으로 유연하고 열린 마음을 제시한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이룬 성취, 마르케스의 작품을 통해 우리의 지엽적인 문학풍토를 지적한 글도 눈길을 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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