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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아트바젤을 점령하다
‘#me too’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성폭력 가해자 200명의 아카이브를 담은 안드레아 보워의 ‘오픈 시크릿(Open Secret)’. 아트 바젤 2019 언리미티드 섹션에서 선보였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아트 바젤 2019 언리미티드 첫 작품은 우고 론디노네의 ‘더 썬(The Sun)’이 장식했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세계 최대 아트페어 아트 바젤 2019
11~16일 스위스 바젤서 개막
현대미술담론 주도 ‘언리미티드’
‘#미투’ 폭로 200명 아카이브 전시

‘미술시장 어렵다’ 우려에도
대형갤러리 중심 매출은 견조


[헤럴드경제=(바젤)이한빛 기자] 세계 최대 아트페어이자, 동시대 미술계 트렌드의 집합소인 아트 바젤 2019에선 ‘#me too(미투ㆍ나도 말할 수 있다)’가 화제에 올랐다. 아트 바젤의 부대행사인 ‘언리미티드(Unlimited)’에서 아티스트 겸 활동주의자인 안드레아 보워(Andrea Bowers)의 ‘오픈 시크릿(Open Secretㆍ공공연한 비밀)’(2018)이 전시된 것. 2017년 영화 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을 비롯해 #미투 움직임으로 폭로된 200명의 아카이브를 담은 작품이다. 이름, 사진을 비롯 가해자의 사과 혹은 변명의 말, 법적 조치를 공개하며 ‘성폭력은 폭력’임을 애써 부정하는 그들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같은 사정이 빼곡하게 적어 붉은 벽으로 연출했는데, 마치 ‘주홍글씨’처럼도 보인다. 런던에서 온 관람객 제시카 콜(48)씨는 “무척이나 충격적인 작품”이라며 “#미투 폭로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그들의 행동도 충격적이지만 공식 스테이트먼트를 보고 있자면 굉장히 한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편으론 작가가 소송에 시달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아트 바젤 2019 언리미티드에 출품된 서도호 작가의 ‘Hub, 성북동 260-7, 성북구, 서울, 한국, 2017’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현대미술 거장 폴 매카시의 VR작품 ‘Coach Stage Stage Coach VR experiment Mary and Eve, 2017’을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가고시안 갤러리는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경매기록을 보유한 제프 쿤스의 ‘새크리드 하트(Sacred Heart)’를 선보였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실제로 아트바젤 측은 작품 판넬 중 하나를 전시장에서 내리기도 했다. 피해자인 헬렌 도나휴 작가 겸 디지털미디어 전략가가 트위터에 “보워가 내 사진을 허락받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투로 폭로된 사안을 모아 공개하는 건)쿨한 접근이지만 ‘예술’을 탐색한다는 명목아래 또다시 내 트라우마가 살아났다”고 토로하자 작가가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고 사과하며 해당 판넬을 철거했다.

이처럼 아트 바젤 2019에서는 동시대 사회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전시장에 끌어들였다. ‘언리미티드’의 경우 늘 현대미술의 담론을 주도할 만한 작가들을 선보이지만, 올해는 베니스 비엔날레와의 차이가 더 줄었다는 평이 나왔다. 실제로 베니스에서 현재 전시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소개되며 판매로도 이어졌다. 아니카 이의 비엔날레 출품작은 카날 갤러리와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소개됐고,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아서 자파의 신작도 가빙 브라운 엔터프라이즈에서 소개됐다. 본전시 참여작가인 강서경은 언리미티드에 ‘검은자리 꾀꼬리’(2017)를 출품했다. 그런가 하면 실파 굽타의 비엔날레 출품작 ‘당신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어요, 나는’(2019)이 8만달러(9470만원)에 판매됐다. 시장과 권위적인 미술제가 얼마나 서로를 밀접하게 미러링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갤러리들이 부스를 낸 본전시장에서는 제프 쿤스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더 래빗’이 9100만달러(1078억원)에 낙찰돼 생존작가 경매로는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기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태였다. 가고시안 갤러리는 핑크색의 ‘새크리드 하트(Sacred Heart)’를 약 1400~1500만 달러에, 민누친(Mnuchin) 갤러리는 ‘루이 14세(Louis XIV)’를 1000만달러에 출품했다.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 2개를 마크 로스코 페인팅과 함께 선보인 헬리 나마드 갤러리.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아트 바젤 2019 언리미티드에 출품된 강서경 작가의 ‘검은 자리 꾀꼬리’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세계 최대규모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 2019가 11~16일까지 스위스 바젤 메세 바젤에서 열린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알렉산더 칼더의 크고 작은 작품도 여럿 출품됐다. 퀄리티도 좋고 시장에 처음 나온 작품도 상당수였다. 페이스갤러리, 하우저 앤 워스, 레비 고리, 반 드 웨이 등 세계 유수 갤러리들이 1~2점씩 소개했다.

올해 아트바젤의 매출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참여 갤러리들의 성적은 좋은편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를 비롯한 메가급 갤러리들은 VIP오픈 당일 전체작품의 70%이상을 판매했다. 마크 글림처 페이스 갤러리 대표는 아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우환, 조엘 샤피로, 요시토모 나라, 마리 코스, 로버트 만골드 등의 작품을 판매하는데 성공했다”며 “미술시장이 어렵다는 루머는 상당히 과장됐다”고 밝혔다. 아트 바젤 2019는 지난 11일 VIP오픈을 시작으로 16일까지 스위스 바젤 ‘메세 바젤’에서 열린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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