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 홍문종의 탈당, 정계개편 신호탄?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탈당해서 신공화당 창당을 선언했고, 바른미래당의 내분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언론과 정가에서는 보수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본다면 지금 정계개편이 일어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일단 정계개편이 일어나려면 의원들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의원들이 움직이려면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위태롭다는 점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의원들이 이런 위협을 느끼는 계기는 일반적으로 공천이다. 즉,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구체적 현실’로 다가와야, 의원들은 비로소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공천 탈락 가능성이 구체적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한, 의원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극히 소수의 의원이 당에 대한 불만을 품고 본격적인 공천 시즌 이전에 탈당을 감행하는 때도 있긴 하지만, 이러면 동조 탈당이 부진해서 결국 ‘나홀로 탈당’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이런 사례들을 모를 리 없는 의원들이 지금 시점에서 집단 탈당을 강행하기란 어렵다.

여기에는 의원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바로 어떤 당의 간판으로 출마해야 선거에서 유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천을 받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을 해도 쉽게 탈당을 결심하기 어려운 이유는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하거나 다른 정당에 입당해서 선거를 치를 경우에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은 지금 자유한국당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일부는 자유한국당이 지리멸렬한 상태이기 때문에, 소속 의원들이 과연 이런 정당의 간판을 달고 선거에 나가고 싶겠는가 하는 주장을 하며, 내부 분열이 집단 탈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지만, 이는 선거의 속성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많은 이들은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정당 혹은 가장 좋아하는 후보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싫어하는 정당 혹은 가장 싫어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고자 투표한다. 그래서 실제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어떤 정당 혹은 어떤 후보를 가장 최악으로 생각하는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할 정당을 찾기보다는, 가장 싫어하는 정당의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고려할 점은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제를 하는 국가는 양당제적 성격이 강하다. 물론 비교의 대상이 많지 않다는 점이 한계이긴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양당제 성향이 강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비교의 대상이 많지 않다고 한 이유는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국가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남미 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우리보다 선진적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나라들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통령제 아래에서 양당제 성향이 뚜렷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유력 대선후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정당의 경우, 대부분 대선 직후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우리나라 정치인들 역시 거대정당 소속일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잘 알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 뿐만 아니라 지금 자유한국당이 지리멸렬해 보여도 더불어민주당과 누가 더 최악인가를 결정할 ‘최악을 향한 경쟁’에서 반드시 ‘최악’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자유한국당 의원 중 일부가 탈당을 결행할 수는 있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그 숫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바른미래당의 균열구조는 상당히 복잡하고 당의 규모도 거대 정당으로 취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바른미래당이 당장 갈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지분을 보장받으며 당당히 입당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당장은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