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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공공의 적’ 된 인터넷 규제
“트랙터 회사에게 농민 일자리까지 책임지라니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 18일 한국사회학회ㆍ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꺼낸 얘기다.

그는 “세계적으로 경쟁하기도 벅찬데 사회적 책임까지 묻는 건 기업에 너무 큰 짐”이라며 “국경없는 전쟁터인 인터넷 시장에서 규제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드시 글로벌하게 바꿔야한다”고 작심한 듯 토로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은 맞는 네이버는 인터넷 검색 엔진 후발주자로 시작해 2017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만큼 성장했다.

인수 합병을 거듭하면서 회사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이 커졌고, 회사내에서 ‘선배’로 불리던 이 GIO는 어느덧 ‘총수’ 소리를 듣게 됐다. 함께 시장을 개척하고, 규제와 싸우고, 사업을 키워낸 이 GIO의 동료들은 상당수가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네이버의 지난 20년이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의 역사인 셈이다.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던 이 GIO가 3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데 이어, 평소와 달리 강하게 규제 비판 발언을 쏟아낸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내벤처이던 시절부터 계속 되어온 규제에 대한 고충이 ‘무한경쟁’의 4차산업혁명 시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일 것이다.

사실 이 GIO가 토로한 인터넷 기업의 규제 고충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기업을 일괄적인 자산규모의 잣대에 맞춰 ‘대기업’의 의무를 지우는 것을 놓고 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순환출자 제한기업 집단) 지정 제도는 적은 지분으로 기업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벤처로 시작한 인터넷 기업의 태생상, 제조업 중심의 규제 잣대와 맞지 않아 구글, 페북 등과 글로벌 경쟁력만 약화 시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규제 문턱은 대기업 인터넷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장 곳곳에 정부처의 이중규제를 토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포털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실태조사를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오는 2021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가통신사업자에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사업자들은 과기정통부가 요청하는 각종 자료를 제출해야할 의무가 생긴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자료 요청 권한을 갖기 위해 법 제도를 추진 중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두 곳이 생기는 셈이다.

공유경제의 개념을 도입한 카카오 카풀, 인터넷 은행 등 4차 산업기술을 적용하는 신사업은 곳곳에서 발목이 잡혀있다.

4차산업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의 윤리 지침’을 비롯해 인터넷 기업들의 ‘개인정보 취급 가이드라인’ 등도 셀 수 없이 만들어 지고 있다.

이 정도면 “법보다 가이드라인이 무섭다”는 한 업계의 관계자의 토로도 과장이 아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또다른 의미의 ‘인터넷 규제’가 기업을 넘어 국민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논란을 빚은 정부의 해외불법사이트 보안접속(https) 차단이 그 핵심이다.

국민들에게 제대로된 설명이 없었다는 점, 차단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부는 인터넷규제의 적정선을 찾는 ‘인터넷 규제 공론화 협의회’를 부랴부랴 발족시켰지만. 인터넷 여론 통제를 강화한 중국의 행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었다.

중국은 앞서 지난 14일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17일 다시 복구했으나 네이버 블로그는 여전히 막혀있고 다음, 쿠팡까지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정부만 입장만 보자만 중국에는 국내 포털 차단을 풀라고 요청해야 하고 국내에서는 해외 사이트를 차단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결국, 정부가 기업과 국민 모두의 ‘공공의 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시대적 흐름에 맞는 촘촘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기업도 국민도 글로벌 안목을 키워가는데 정부가 발목을 잡는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박세정 미래산업섹션 IT과학팀 기자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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