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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시, 북방 도시외교 성과가 남달랐던 이유는?
- 프리모리예 1ㆍ2호 복합물류루트 개척, 부산항 연결
- 한ㆍ중ㆍ러ㆍ북 물류기업간 실질적 투자합의 이끌어
- 기업간 매칭을 통해 구체적인 투자합의를 이끌어내

중국 쑤이펀허 국경 철도가 러시아를 잇는 광폭철로로 놓여져 신북방물류 활성화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부산시ㆍ해양수산부 제공]

[헤럴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우리나라 산업물류의 흐름은 모두 바다를 이용해서 세계로 나간다. 분단국가라는 치명적 약점 때문에 금강산 개발과 개성공단 조성 등 숱한 노력에도 아직까지는 불행히도 북위 38도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일부터 5일간 부산시의 ‘신북방 우호ㆍ경제협력 순방단’이 북위 45도선에 위치한 중국 장춘ㆍ하얼빈ㆍ쑤이펀허와 러시아 우수리스크ㆍ블라디보스톡을 대상으로 북방 5개도시 순방에 나섰다. 화두는 이들 지역을 잇는 철도ㆍ항만 복합물류루트를 개척하고, 한ㆍ중ㆍ러ㆍ북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오거돈 부산시장을 단장으로 한 순방단의 목표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한 때 세계 환적화물 처리량 기준 세계 3대 항만이었던 부산항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 중국의 동북 3성 중 지린ㆍ헤이룽장 성과 러시아 우수리스크ㆍ블라디보스톡 시를 연결하는 복합물류루트(프리모리예 1ㆍ2호) 활성화 논의에 불을 붙이고자 함이다. 

중국 쑤이펀허에서 러시아 포그라니치니로 국경을 넘는 부산시 북방경제 순방단. [부산시ㆍ해양수산부 제공]

프리모리예 1ㆍ2호는 인구 1000만 도시 하얼빈과 장춘에서 각각 시작돼 쑤이펀허와 훈춘을 지나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항과 자루비노항을 출발해 부산항으로 이어지는 신북방 복합물류루트인 셈이다. 기존 중국 동북 3성의 물동량이 다롄항에 집중된 것을, 짧은 내륙운송과 해상운송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그로인해 물동량을 다롄항에서 부산항으로 옮겨오려는 부산시의 큰 그림이 숨어 있다.

물류의 특성상 루트 하나가 갖는 경제적 가치는 수조달러를 넘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프리모리예 1ㆍ2호가 모두 부산항으로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북방 복합물류루트는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급격히 성장한 중국경제와는 달리, 러시아와의 국경 물류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중앙아시아와 몽골, 중국 내륙에서 넘어온 화물이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도시인 쑤이펀허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단순히 자국 국경을 통과할 뿐이라해도 러시아 통관 당국의 입장은 달랐다. 철도로는 불과 하루를 넘지않는 거리를 통과하지만, 통관에 소요되는 시간은 짧아도 3일 길면 1주일을 잡아먹는 상황이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기업인과 물류 전문가들이 참여한 순방단을 이끌고 쑤이펀허시의 물류통관현황을 시찰하고, 차량과 도보를 통해 러시아 포그라니치니로 국경을 넘었다. 화물 통관 및 여객 출입국 절차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열악한 자국의 국경절차를 해외 도시 수장이 도보로 넘는다는 것은 러시아의 입장에선 불편한 치부를 내보이는 셈이어서 연해주의 통관 총책임자를 보낼 정도로 신경을 썼다.

러시아 전통의식에 따라 오거돈 부산시장과 순방단 일행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 [부산시ㆍ해양수산부 제공]

부산시장의 국경 통과 체험은 상당한 효과를 가져왔다. 물류루트의 중요성에 대해 중국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당서기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러시아 세관 당국의 지대한 관심도 집중시켰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 제2도시 시장이 자신들이 국경통관을 체험한다는 것에 호기심과 우려가 뒤섞인 모양새였다.

중국의 동북 2성은 부산시의 복합물류루트 개설 의지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고, 더불어 첨단제조과 관광부문에서 한국기업의 협력을 요청했다. 러시아 연해주도 연방차원에서 책임있고 신속한 통관절차 이행을 약속했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는 부산시 도시외교정책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도 따랐다. 철저한 사전조사와 더불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해 순방일정을 짰다. 순방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일들에 대응하는 순발력도 남달랐다. 보통 도시간 외교는 위험요소를 배제하고, 거시적인 입장에서 서로의 의사를 떠보는 수준에서 합의서를 교환하는 것이 일상적이지만, 부산시의 도시외교는 기업간 매칭을 통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모든 합의는 최종 목적지이자, 프리모리예 1ㆍ2호의 종착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뤄졌다. 한ㆍ중ㆍ러 3개국 물류관련 기업간 MOU 체결 및 프리모리예 1호 활성화는 부산 팬스타그룹고 중국의 스위프트그룹, 러시아의 인터마린그룹ㆍ블라디보스톡씨터미널간 2건에 걸쳐 체결됐다. 합의서는 환동해 지역의 복합물류루트를 활성화 하는데 3사가 협력하기로 약속하고, 중국 동북지역에서 다롄항으로 가는 화물을 블라디보스톡~부산항으로 유치하는데 의견일치를 봤다. 3개국의 물류관련 민간기업간 복합물류 활성화를 위한 협력의향서 체결은 복합물류 활성화를 위한 부산시 의지가 민간기업에 의해 실행되는 첫 프로젝트로 부산이 복합물류 운송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환동해권 일자리 확대 및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의미가 컸다.

또한 팬스타그룹과 북-러 합작기업인 라손콘트라스와의 MOU는, 실질적으로 남-북-러 간 합의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값싸고 풍부한 갈탄을 이용해 고품질의 액화수소를 생산, 액화수소 운반선으로 부산에 들여와 해외로 수출하고, 전국으로 수소를 공급하는 프로젝트이다. 실질적으로 남-북-러 간 이뤄진 합의로 액화수소 프로젝트를 포함해 향후, UN제재 해제시 북한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여지를 내포하고 있다.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관광책임자들이 참여하는 태평양관광포럼 개회식 축사를 하고 있는 오거돈 시장. [부산시ㆍ해양수산부 제공]

이외에도 한-러 기업간 투자합작 계약을 체결해 공동 물류센터 조성 추진하는 합의로 이끌어냈다. 국내 DP로지스틱스와 대우로지스틱스가 러시아 인콤데베사와 투자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내용에 따르면 한국과 러시아에 합작법인 각각 1개사 설립, 부산신항 배후부지 및 연해주의 나제진스카야 선도개발 구역에 전용 물류센터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또 DP로지스틱스ㆍ대우로지스틱스와 러시아 도브로플로트사 간, 투자합작 계약 체결로 한국과 러시아에 합작법인 각각 1개사 설립, 부산신항 내 냉동냉장 물류센터 및 수산물 가공공장을 설치해 수산물을 베트남ㆍ중국ㆍ인도 등지로 수출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또한 러시아 볼쇼이카멘 지역에 조선지원 물류센터 조성, 즈베즈다 조선소와 한국의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해양플랜트 물류를 러시아로 보내는 프로젝트도 추진키로 했다.

부산시의 도시외교는 철처한 준비과정 속에 이처럼 직접적이고, 훌륭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부산시와 연해주간 처음으로 공식적 우호ㆍ협력관계를 구축한 것도 큰 성과로 꼽힌다.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톡시는 부산의 자매도시로서 지난 27년간 교류ㆍ협력을 강화해 왔으나, 그 상급기관으로 실질적 권한을 가진 연해주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져 ‘부산광역시와 연해주간 협력발전에 관한 의향서’ 체결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관광책임자들이 참여하는 태평양관광포럼 개회식 축사도 이뤄졌다. 러시아 극동대학에서 열린 포럼에 참여한 오 시장은 부산과 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해 북극해로 이어지는 크루즈 개발을 제안하고, 양도시간의 관심을 요청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프리모리예 1ㆍ2호 [부산시ㆍ해양수산부 제공]

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는 순방단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됐다. 지난달 20일부터 4박5일간 이뤄진 오거돈 부산시장의 순방일정에는 총44명에 이르는 대규모 순방단이 짜여졌다. 부산시 국제관계대사 및 도시외교정책과 직원들을 비롯해 부산경제진흥원, 부산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소속 전문가들도 함께했다. 또한 부산항을 책임지는 부산항만공사 사장과 일행, 부산관광공사 사장일행도 포함됐다. 기업 측에서는 팬스타그룹과 태신지엔더블유, 유니코로지스틱스, 대우로지스틱스, DP로지스틱스 대표 및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부산시 북방경제순방단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모든 포커스를 경제협력과 물류개척에 맞췄다.

이번 일정에서 체결된 협약의 후속절차도 지난 한달동안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톡항 간의 크루즈 및 물류 시범운항 계획이 논의되고, 향후 전세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북극해를 돌아보는 크루즈로 발전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농심의 이도백하 공장에서 생산하는 ‘백산수’가 서쪽 다롄항을 이용하지 않고 동쪽 훈춘~자루비노항을 이용해 부산항으로 수송될 수 있도록 프리모리예2호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기업간 협약에 따른 투자와 협력도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어 부산시 북방경제 순방단의 발걸음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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