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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패키지에 라텍스매장은 없었는데…
수년 전 가족이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다. 급히 날짜를 정하다보니 일일이 예약하기 번거로워 단체여행 상품, 흔히 말하는 패키지투어를 택했다. 현지에서 이동수단을 고민할 필요도 없고 식사 역시 대부분 따라가면 해결되기 때문에 분명 속 편하다. 별도 비용이 드는 체험코스도 포함되어 있어 별도 예약했을 경우와 비교하면 저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밖의 선택은 불가능했다. 몇몇 가족이 가이드 퇴근 뒤 승합차량 기사에게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식품매장에 쇼핑을 갔다가 가이드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다. 마지막날은 3군데 면세상품점에 방목(?)되어 수 시간을 보내야했다. 비싼 택시를 탈 생각을 하기 전에는 꼼짝없이 따라다녀야했다. ‘싼게 비지떡’임을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봤을 것이다.

국내 패키지여행상품의 상당수는 이런 형태로 이뤄진다. 저렴한 가격, 그저그런 식당 순례, 여기에 원하지도 않고 살 필요도 없는 매장에 반드시 몇시간 들러야한다.

이유는 현지의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적절한 수준의 요금이 지불되지 않아 ‘여행객을 뺑뺑이 돌려서 본전을 뽑아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1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랜드사가 속칭 지상비(여행객을 받을 때 본사로부터 받는 돈) 연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고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갑을문제는 오래된 것이고 터질게 터졌다는 의견과, 한 두 곳의 문제가 아니라는 경험담이 쏟아진다. 본사가 현지 여행사에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야한다거나, 싼 것만 찾는 이용자들도 문제라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트러블이 상존하는 ‘패키지 상품’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것이 현실이다. 숙소와 항공, 액티비티를 따로 예약하는 사람들과관련 온라인여행업체가 급증했고 , ‘패키지’의 주 이용자였던 시니어층도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개별예약을 한다. 오프라인 여행사들은 경쟁탓에 ‘면세점 투어’가 낀 저가 패키지를 팔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매출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여행객들을 떠나게 만드는 ‘악수’다. 여행업체들의 인식변화, 그에 못지않은 여행객들의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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