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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게임중독 논쟁 건전한 환경조성 선행돼야
10대 후반의 한 학생이 하루 종일 게임만 한다고 부모에 의하여 강제 입원됐다. 이 학생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했고, 현재 게임수준이 아마추어 마스터급 정도였다. 하지만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아이를 부모는 두고 볼 수 없어 치료를 위해 입원을 시킨 것이다. 입원 후 이 학생은 별 문제없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게임을 하지 못했지만, 금단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필자는 이 학생이 자신의 장래 희망인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부모에게 설명하고 가족들이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후 퇴원시켰다.

과연 이 학생은 게임중독(게임이용장애)일까?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다른 활동은 하지 않고 있으니, 당연히 게임중독이라고 볼 것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이 학생은 중독이 아니고,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이다. 본인이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하는 목적지향적 행동을 하였을 뿐, 게임 하는 것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지도 않았고, 중독증상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중독이라고 하면, 내성과 금단증상의 두가지 현상을 동반해야 한다. 내성이란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비슷한 쾌감을 계속 느끼기 위해 점점 더 심한 자극을 원하거나 더 오랜 시간 게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 게임 금단 증상으로는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하거나 짜증이 나며, 반복적으로 게임에 대한 생각을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월 총회에서 향후 사용될 ‘국제질병분류 11판(ICD-10)’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만장일치로 질병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게임이용장애는 이후 국내에서 질병인지 아닌지에 대하여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게임을 오랫동안 한다고 무조건 게임중독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면, 게임 하는 것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으며, 이러한 심각한 장애가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를 게임이용장애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정도의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라면, 심각한 상황이라 게임을 하는 행위가 질병이냐 아니냐의 문제보다도, 일단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중독에 쉽게 걸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유전적, 선천적으로 뇌 기능에 차이가 있다. 중독에 쉽게 빠지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에 비해,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여 뇌의 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어 상대적으로 쾌감이나 즐거움을 더 많이 느낀다. 때문에 반복적으로 같은 자극을 강하게 원하게 되어, 자극을 주는 행동에서 쉽게 빠져 나오기가 힘들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서 정의된다면, 이에 대한 논의는 오로지 의학적인 측면에서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삶의 질에 직결되는 ‘장애’가 국내 게임 산업 위축과 같은 의학 외적인 요인에 의해 논란이 돼서는 안 된다. 게임업체나 관련당국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지금의 소모적인 논쟁보다도 오히려 게임을 건전한 놀이문화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나아가 중독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그들의 치료를 위한 지원체계를 만드는 고민을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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