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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베트남서도 부글부글…이주여성 폭행 더는 안된다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베트남 출신 아내를 한국인 남편이 무차별 폭행한 사건 파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관련 영상이 페이스북과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면서 국내는 물론 베트남 현지 반응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현지 언론은 폭행당한 베트남 여성의 사진과 사건 경위 등을 보도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항서 감독등이 애써 쌓아올린 베트남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이번 사건으로 와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사건은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을 뿌리 뽑는 계기가 돼야 한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겪는 폭력은 실로 심각한 상황이다. 절반 가까운 이주여성들이 폭행과 흉기 협박, 성적 학대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나온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이주여성의 40% 이상이 이같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생활비를 받지 못하는 등 보이지 않는 폭력까지 따지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공개된 영상만 봐도 이들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매우 일상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손으로 때리다 발로 차고, 심지어 소줏병으로 보이는 물건으로 때리기도 했다. 어린 아들이 보는 앞인데도 개의치 않았다. 더욱이 이 동영상은 피해여성이 직접 찍었다. 폭행이 워낙 잦고 심하다보니 견디다 못해 작심하고 카메라를 숨겨 촬영했고 이를 지인이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조치가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전남 영암경찰서는 가해자 남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 청구 사유는 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의 혐의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폭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보복의 우려가 높아 구속영장을 신청해 격리하겠다는 의도였다. 당연하고 마땅한 조치다.

베트남을 방문하는 한국의 정부인사들에게 현지 당국자들이 “우리 딸들 때리지 말아달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고 한다. 국내 거주 이주 여성들은 “때리지 마세요”가 아예 일상어가 된지 오래다.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글로벌 시대에 이주여성에 대한 폭행은 그야말로 반 문명적 범죄다. 그런데도 쉽게 피해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철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의지할 데 없는 이주여성들에게는 주변의 따뜻한 관심이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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