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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정진섭 충북대학교 교수]중·일 협공에 외국인투자 정책 시급히 재편해야
최근 한·중·일 3국 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6월 초에는 중국 정부가 우리 기업을 불러 미·중 간에 선택을 강요하더니, 최근에는 일본이 핵심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한국 제조업을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 와중에 중국과 일본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밀월관계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는 일본과 중국의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 협공 가능성이 잠재돼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일본이 독점적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을 장기간 규제하고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한국과의 경쟁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면 한국 제조업은 양국의 협공 속에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제조업 세계 5위 국가로서 일본과 중국 모두에게 위협적 존재이므로 한국 때리기는 저성장 공급과잉시대를 맞아 양국의 공통 이해에 부합한다.

유일한 출구는 정부가 6월에 제시한 ‘제조업 르네상스’를 성공시키는 길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정책재편이 시급한 분야가 바로 외국인투자이다. 현재의 외국인투자 정책의 골격은 20여년 전 외환위기 직후 도입된 것으로 유치 일변도로 되어 있다. 저성장·과잉공급·혁신성장 시대로 바뀐 현시점에서 외국인투자 정책은 산업에 대한 영향에 초점을 맞춰, 혁신·경쟁력 제고가 예상되는 분야에 유치역량을 집중하고, 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정부 지원을 폐지하고 견제장치를 도입하는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한다.

우선 저성장시대를 맞아 증가세를 보이는 과잉공급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의 경우 국내 산업생태계 전반에 대한 영향도를 평가해 부정적 효과가 클 경우에는 정부 지원을 폐지하는 게 옳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3월 부산시에 1억2000만 달러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중국 청산강철의 외국인투자를 들 수 있다. 청산강철은 스테인리스 냉연 강판 연산 60만톤, 직접고용 300명 창출 효과를 제시했는데, 이는 직접효과일 뿐이므로 국내 기업에 대한 간접적인 영향을 포함한 산업 순효과(net effect)를 종합점검해야 한다. 관건은 투자유입 인해 국내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투자와 고용이 줄고 산업고도화가 지체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의 크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구축효과가 커 외국인투자 순효과가 마이너스가 된다면 정부의 외국인투자지역 입지매입 지원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또, 외국인투자는 해외 신기술·신사업을 신속하게 국내에 도입·육성할 수 있는 첩경이라는 점에서 신기술과 혁신 역량 보유기업에 대해서는 현금지원 등 인센티브 및 정책적 편의 제공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한·중·일의 혁신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 투자유치가 활발했던 2000년대에 일본 전자소재 기업들을 더 강력하게 국내에 유치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수출규제 영향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국가만이 4차 산업혁명시대 혁신성장 경쟁에서 생지를 찾고 재도약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한 저력을 갖춘 나라이다. 지금 맞고 있는 제3의 위기를 산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돌파해 또 한번의 신화창조, ‘제조업 르네상스’를 실현하자.

정진섭 충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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