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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수출규제, '승자없는 게임'…대표적인 반면교사 ‘美 스무트-홀리 관세법’
대공황 심화…석유파동에 세계경제 성장률 ⅓토막
1973년 석유파동, 지정학적 문제서 시작된 경제보복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은 채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히며 경제보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우리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정치적 이유로 시작한 경제보복과 무역전쟁이 상대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큰 상처를 남긴 전례가 많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반면교사는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이에 따른 캐나다 등의 보복관세 조치다. 1929년 보호무역주의자인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은 미국 경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2만여개 수입품의 관세를 대폭 끌어올리는 내용의 법을 발의했다.

당시 1000명 이상의 경제학자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후버 대통령은 미국 농부를 위해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올리기로 한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정치적 논리로 법에 서명했다.

법 통과 직후 미국 증시가 급락했고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연쇄적으로 인상했다. 미국 수출액이 1929년에서 1933년 사이 61% 급감했으며, 미국의 대공황이 심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교역 상대국의 피해도 상당했다. 대공황 시기 전 세계 교역 규모가 25% 감소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관세장벽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학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전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1973년 석유파동도 지정학적 문제에서 시작된 경제보복의 산물이다. 1973년 4차 중동전쟁이 벌어지자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 및 군수물자를 지원했고 소비에트연방은 시리아와 이집트를 지원했다.

당시 이스라엘을 눈엣가시로 생각하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 회원국과 함께 원유 가격을 70% 올리고 5% 감산 조치를 단행했다.

뒤이어 미국으로의 원유 수출을 금지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유럽과 일본에 대해서도 선택적으로 수출을 제한했다. 유가는 6개월 만에 4배로 뛰어올랐고 전 세계 경제가 함께 휘청였다.

주요 타깃이었던 미국은 경기 침체와 물가상승이 함께 일어나는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고 경제성장률은 1973년 5.7%에서 1974년 -0.5%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실업률은 1973년 4.9%에서 1975년 8.5%로 껑충 뛰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1973년 6.9%에서 이듬해 2.1%, 1975년에는 1.4%로 크게 둔화했다. 세계 교역량도 1973년 12% 증가세를 보이다가 1974년과 1975년에는 각각 5.4%, 7.3%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당시 막대한 영향력을 확인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체 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오늘날 산유국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불렀다.

무역분쟁 속에 제3국이 의도치 않은 수혜를 입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브라질이 중국 시장에서 미국산 대두를 대체하면서 입지를 넓혔고, 주요 2개국(G2) 무역 전쟁의 뜻밖의 승자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브라질의 경우 외국인 직접투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신흥국으로, 무역 전쟁 탓에 세계 경제가 악화할수록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세계경제포럼(WEF)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오히려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일 무역분쟁에서도 중국이 어부지리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으면 중국이 글로벌 시장 1위 자리를 노릴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도 지난 12일 현안 토론회에서 "(일본의) 조치가 지속한다면 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본의 지도력은 약화하며 오히려 중국의 경제력과 지도력을 강화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역시 한국·일본 등과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 침체 시 간접적으로 받는 악영향이 직접적인 수혜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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