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한도를 넘는 행동을 ‘선을 넘는다’고 표현한다. 영어 표현으로는 ‘크로스 더 루비콘(Cross the Rubicon)’이다. ‘루비콘 강을 건너다’라고 해석되는데, 루비콘 강은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강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군대가 이 강을 건너서 로마로 들어 올 때는 무장을 해제해야 했다. 그런데, BC 49년 갈리아의 장관이었던 시저는 군대를 이끌고 이 강을 건너는 쿠테타를 감행하고 결국 로마 황제로 등극하게 된다. 이 고사에서 유래해 중대 결정을 내려 사태에 대처하는 것에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다.

최근에 국가 간에 선을 넘는 사건을 연속해서 목격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에는 1953년 휴전협정 이후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 잠깐이었지만, 휴전선을 넘어서 북한으로 향하는 모습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앞으로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을 넘는 사건을 자주 그리고 계속해서 목격하기를 바란다.

트럼프가 선을 넘은 며칠 후에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경제적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국가 간의 정치적 문제를 경제적 문제로 연결시켜서 우리나라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들의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조치를 매우 급작스럽게 취했다. 보편적 국제 질서에 존재하는 선을 일본이 넘고 있다. 우리나라의 치밀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하고 있지만, 금융 분야에서 선을 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페이스북이 추진하고 있는 가상화폐 ‘리브라’다. 페이스북은 2020년 상반기부터 가상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지난 6월 18일에 발표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의 기존 금융회사와 차량공유 업체 우버 등 27개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참여기업이 100여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등 기존의 가상화폐에 비해 페이스북의 가상화폐는 금융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기존의 가상화폐는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화폐로서의 구실보다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에 리브라는 채권 등의 실제 금융상품과 연계되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안정적일 것이다. 과거 미국 화폐 발행 시 같은 가치의 금을 중앙은행이 보유했던 금본위제를 모방한 것이다. 또한, 23억명의 페이스북 가입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거대 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여서 실물경제에서 리브라의 사용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가상화폐에 대한 기존 금융권과 정치권의 반응은 반대 일색이다. 기존의 금융질서에서 선을 넘는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리브라가 기존 화폐의 대체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으며, 이번주 프랑스에서 개최될 주요 7개국 재무장관 회의 참가국들에게 대책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하여 가상화폐에 대한 매우 강하게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금융권과 정치권의 이러한 격렬한 반응은, 기존의 화폐 시스템에 대한 도전은 곧 기득권에 대한 도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2008년도 금융위기 이후 많은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고 어려운 생활을 하는데 비해,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월스트리트는 채권과 주식 가격의 폭등으로 큰 부를 축적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을 가져온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에는 기득권에 의한 화폐 시스템의 독점을 꼽을 수 있다. 페이스북의 가상화폐가 기존의 화폐를 대신할 경우 기득권에게는 선을 넘어도 크게 넘는 사건일 것이다.

페이스북 가상화폐의 성공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다른 가상화폐처럼 실물경제에 편입되지 못하거나, 기존의 금융 산업의 지배 하로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질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의 가상화폐는 새로운 대안으로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무섭게 밀려오고 있다.

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