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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김정욱 EY한영 어드바이저리 본부장]기업 혁신도 타이밍이다
혁신은 모든 기업의 경영 화두다. 하지만, 공히 혁신을 추진하더라도 기업 내부에서 전파 속도는 모두 다르다. A사와 B사는 기업 내에 디지털 기술 도입을 검토한 기업이다. 두 기업의 극명한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A사. A사는 최근 RPA(Robot Process Automation)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RPA는 보통 주니어 직원들이 담당하는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매주 월요일 각 대리점에서 이메일로 들어오는 판매 자료를 취합해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하고, 이를 프레젠테이션용으로 그래프를 만드는 업무가 있다. RPA를 도입하면 이메일 수신부터 정리, 그래프 작성까지 모두 컴퓨터가 자동으로 처리한다. 인력으론 최소 수십분에서 몇 시간까지 걸리지만, 정작 부가가치는 크지 않은 단순업무다.

결론적으로, A사는 RPA 도입 반년만에 이를 철회했다. 이 회사 임원은 “RPA를 도입하면 단순작업 감소에 따른 비용 절감을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고 괜히 돈 들여 직원 수다 시간만 늘려주는 모양이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장 투자대비산출(ROI, Return Of Investment)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A사의 RPA 도입 실패 원인은 기업 내부 현신 전파 속도 차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RPA는 단순 작업을 자동화하기 때문에 도입 직후엔 일시적으로 해당 작업을 담당한 직원이 한가해질 수 있다. 올바른 도입방법을 따르자면, 업무 중에 RPA로 처리할 수 없는 비정형 업무를 구분하고, 절약된 시간을 새로운 고부가가치 직무에 투입해야 한다. RPA 도입에 맞춰 기업 업무 문화도 변해야 함은 물론이다. 즉, 솔루션 도입, 업무 재정의, 직원 직무 재분류 등의 과정이 필연적인데 A사는 이 과정 없이 RPA 도입 즉시 전사적 혁신이 일어나리라 기대했다.

그럼 모든 걸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까. B사의 사례는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B사 경영진은 매우 신중하다. 무슨 일이든 항상 시간을 들여 검토하고 다양한 측면을 따져본다. 문제는 B사가 심사숙고하는 사이 검토 대상 기술은 이미 변화해버렸단 점이다.

지금까진 B사의 신중한 기업문화가 나쁘지 않았다. 전통적 제조업체로서 디지털 기술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더는 아니다. IT산업 발달로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B사 역시 디지털 기술 도입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서비스 도입을 권유하더라도 이 회사 경영진은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올텐데 우리 회사에 꼭 맞는 서비스가 나올 때까지 좀 더 기다려보자”는 입장만 견지한다. B사의 신중함은 결국 기업 위기를 초래했고, 이젠 구조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후회해도 이미 늦은 의사결정이 됐다. 과거 기업 혁신 활동은 ‘움직이는 말 위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쏘는 것’에 비유하곤 했다. 그만큼 예측도 실행도 어렵다. 요즘엔 ‘자전거를 타고 출발해 멈추지 않고 오토바이로 개조하고 나가라’는 비유까지 나온다. 롤모델도 없이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을 향해 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혁신활동을 멈춰선 안 된다. 기업 문화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 방향을 잡고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멈추지 않는 기업이 결국 생존하는 시대다.

김정욱 EY한영 어드바이저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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