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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었지만…’ 국산화 R&D ‘투트랙’ 가속
日 규제로 미래신산업 발목 우려
中엔 추격 허용 ‘샌드위치’ 이중고
반도체 원재료 등 장기 연구과제로
소재산업 예타면제 등 적극 지원

정부가 이번에 과학기술분야의 국산화 R&D 로드랩에 마련에 착수한 것은 우선 일본의 전방위적인 수출규제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는 최근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가 기반산업인 제조업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좌우하는 근간인 소재 부품 산업의 경우 일본의 수출 규제로 미래 신산업 동력까지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중국의 추격으로 가성비 전략 지속이 어려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소재·부품 수출액은 세계 5위로 외형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소재만 떼놓고 보면 무역수지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소재산업 자립화 비율은 66% 수준에 그치며, 많은 핵심 소재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R&D 국산화 방안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에도 정부는 조립·가공 완제품 생산에 치중돼 발전한 국내 제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 소재·부품 산업 국산화를 육성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들어 반도체 R&D 지원예산이 0원으로 급감했다. 기존 주력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대신 미래 신산업 육성에 R&D 초점을 맞추면서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 사업은 사실상 단계적으로 폐기됐다.

그 사이 핵심 부품소재의 대외 의존은 심화됐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건 감광액의 경우 국산화율은 0%다. 일본산 의존율이 90%에 달한다. 반도체 회로를 정밀하게 깎기 위해 사용되는 불화수소는 일본 외엔 사실상 대안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는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보다 정밀하게 전략을 세웠다.

우선 정부는 R&D 로드맵이 특성상 단기간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인식 아래 1단계와 2단계 투트랙(Two-track)으로 나눠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반도체 원재료나 화학공정 자립화는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다”라며 “기업 수요에 따라 제품 수준에서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연구 지원과 장기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R&D로 나눠서 보고 있다”는 과기정통부의 설명은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우선 과기정통부 1차관실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소재·부품 관련 10여개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기관들은 앞으로 정부와 기술·재료 국산화 방안을 비롯한 혁신성장 전략 등을 논의하게 된다.

동시에 과기정통부 3차관실인 과학기술혁신본부는 한국연구재단을 중심으로 소재 혁신 개발 분야 신규기획을 위한 기술수요조사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출연연 고위 관계자는 “국가주도의 장기간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는데 정부가 이해를 같이한 셈”이라며 “이번 로드맵으로 산학연이 협력해 소재 개발에 대한 공동 테스크베드를 구축하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R&D 로드맵 마련 방침에 대해 시장 경쟁력이 부족한 소재들은 정부의 R&D 예비타당성 면제를 통한 지원으로 서둘러 기술개발에 착수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성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창의연구소 소장은 “고순도(99.9%) 불화수소는 소수기업이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국내 소재산업 R&D는 가격경쟁력 위주로 구성돼 있어 그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조차 가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출연연 관계자는 “소재부품 R&D에 비용을 투입한다고 금세 국산화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수요기업이 적극 나서 국내 중소중견 소재부품 기업과 공동 개발하고, 정부 연구기관은 장기적으로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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