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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분양가상한제라는 판타지

민간 택지에 분양하는 주택의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 논란으로 주택시장이 뜨겁다.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 이후부터다. 시장에선 정부가 곧 분양가상한제 도입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도입과 관련 가장 일반적인 생각은 집값이 싸질 것이란 기대다. 집값이 20~30% 내려간다고 보는 시각은 흔하고, 경실련처럼 반값 아파트가 나온다는 주장도 있다. 구독자수 10만명이 넘는 한 부동산 전문 유튜버는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관련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향하는 핵폭탄이 터졌다’고 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건설사는 분양가를 현재처럼 시황을 고려해 ‘임의로’ 결정하지 못한다. 대신 원가를 고려해 정한다.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 한 택지비, 정부가 매년 고시하는 표준건축비, 법이 정한 가산비를 더해 결정한다.

분양가상한제 이후 분양가가 내려간다는 예상은 이 개별 항목이 현재보다 낮아진다는 가정에서다. 기본적으로 서울처럼 집값이 비싼 지역은 택지비가 전체 분양가의 60% 정도 차지한다. 지방은 30~40% 정도가 택지비 비중이다. 경실련은 이 택지비를 절반이상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작년 10월 분양한 ‘서초우성1차’는 분양가가 3.3㎡당 5140만원이었는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2200만원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택지비를 3860만원에서 157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실련이 땅값을 이렇게 낮춰 잡은 건 ‘공시지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사들은 경실련의 이런 계산에 대해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한다. 경실련이 감정평가액과 공시지가를 헷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감정평가액은 집값 상승률이나 시세 변화를 고려한다. 인근 거래사례도 비교하고, 수익 및 원가도 따진다. 세금 부과 등을 위해 시세 반영률을 한참 낮게 잡은 일종의 정책가격인 공시지가와는 완전히 다르다. 한 감정평가사는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시세의 50%도 안된다면서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던 경실련이 분양가상한제에선 낮은 시세반영률 때문에 절반 아파트가 나오니 빨리 시행하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집값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또다른 맥락은 건축비다. 강남 등 고가 주택 밀집지역에 3.3㎡당 1000만원 이상 적용한 건축비를 공공주택에 적용하는 기본형 건축비를 적용해 600만원대로 하자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터무니 없는 논리라고 일축한다. 강남 아파트를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수준으로 하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여서다. 주택 품질 논란이 일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실제 분양가는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복수의 감정평가사들의 전언이다. 감정평가를 통한 땅값이 크게 떨어질 리 없고, 건축비도 수요에 맞게 형성될 뿐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던 2007년 이후 집값이 실제 떨어졌다는 증거는 없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집값 하락을 분양가상한제 효과라고 치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박일한 기자/jump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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