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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영학 박사)]건설업 여성인력 활용, ‘마초적 현장문화’부터 바꿔야

작년 3월 뉴욕 타임스 일본판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일본은 건설업에 더 많은 여성이 진입하기를 원하지만, 분홍색 화장실(pink toilets)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건설산업 내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일본 정부가 여성 인력 유입 확대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현장의 ‘분홍색 화장실(분홍색 작업복, 분홍색 용접 마스크 등 여성 작업 환경을 비유한 말)’ 도입 정책이 일본 건설현장에 고착화된 젠더 문제의 본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었다. 기자가 일본 건설업에서 추진되는 여성정책의 허점을 정곡으로 찔렀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건설업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일자리로 간주돼 왔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도 건설업의 여성 취업 비율은 매우 낮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全) 산업 취업 인력 중 여성인력의 비중은 42.9%이며, 제조업은 29.0%인데 반해 건설업은 9.9%로 나타났다. 여성 취업 비중이 6.7%로 최하위인 광업 다음으로 낮았다. 소관 부처의 수장이 여성이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무색한 수치이다.

건설업에서 여성 취업 비중이 이렇게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에 진입하는 여성인력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말 5만 5072명이었던 여성 기술인이 2018년 말에는 10만 9191명으로 13년간 5만 4119명이 늘어 연평균 3.9%씩 증가했다. 현장 여성 기능인력도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 건설근로자공제회 통계를 보면, 2005년 말 2만 9616명에 불과하던 여성 기능인력이 2016년 말에는 6만 3056명으로 11년 동안 3만 3440명 증가해 연평균 7.1%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기술직과 기능직 양자에서 모두 건설현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여성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에서 여성 취업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5월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Ground-breaking Women in Construction’이라는 제하의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건설현장에서 더욱 많은 경력을 쌓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여성 엔지니어와 숙련공 등 여성 전문 기술 인력들이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 논의의 초점이었다.

결론은 여전히 건설현장의 문화가 여성들이 발전하고 장기간 건설산업 부문에 종사하는 데 장애가 되는 고질적인 이슈들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앞서 일본판 뉴욕 타임스에 실린 건축현장의 슈퍼바이저로 일한 한 여성의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전히 건설현장의 남성들은 여성으로부터 지시받기를 원하지 않아요. 여성 감독자가 프로젝트를 제시간에 끝내기를 요구하면 히스테리컬하다는 태도를 취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남성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30% 정도 낮은 임금과 강도 높고 불규칙한 작업환경도 여성 인력이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IT나 자동차와 달리 건설은 잘 변하지 않는 산업이다. 그런 건설이 지금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인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기술이 건설업과 결합해 새로운 디지털 건설기술이 현장에 속속 도입되면서 건설 생산방식의 변화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 건설업에서도 남성 위주의 문화와 관행에서 벗어나 우수한 여성 인력을 활용하여 청년층 인력 부족 문제를 타개하고 인재 확보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도모해야 할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물론 ‘근로기준법’ 제 5장에 여성, 특히 임산부 및 유아를 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두고 있고, 금년 1월 1일부터 남녀 노동자 간 임금 등 차별금지 조항이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는 등 현 정부 들어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들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충분치 못하다. 실제 건설현장에서 여성인력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설기업과 건설현장의 남성 위주 문화와 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제도 개선은 정책적 의지에 의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지만, 문화와 관행이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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