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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시시콜콜(時時CallCall) 서민금융

얼마 전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다. 지인이 모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어 콜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대기자가 많아 상담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몇 분을 허비한 그는 서비스에 실망하고, 결국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업체로 갈아탔다고 한다. 짧은 이야기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이미 시장은 제품 생산에서 고객으로 경영의 무게중심이 옮겨진 지 오래다. 고객은 단순히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품 구매와 사용의 과정을 경험하고 평가한다. 따라서 철저한 분석을 통해 고객이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금융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모바일 보험회사인 레모네이드(lemonade)는 보험 가입부터 지급까지 보험과 관련된 전 과정을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혁신했다. 보험가입을 위해 고객이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 보험가입 후 보험금 지급 시점에서 보험 판매자와 고객 간 발생하는 갈등 등 기존 보험사의 관행을 타파한 것이다.

이를 위해 레모네이드는 스마트폰으로 보험을 가입하고 청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인공지능 보험설계사인 마야(maya)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 마야는 맞춤형 고객상품을 제시하며 가입 과정을 돕는다.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서류와 사진, 영상 등으로 피해사실을 증명하면 챗봇이 보험사기를 검증하고 지급할 보험금을 산정한다. 보험가입까지는 90초, 보험금 송금은 3분 이내로 처리된다.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개선한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민간뿐 아니라 정책 금융, 복지제도 등 공공 영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이 같은 고객 경험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이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독점이거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보수적으로 운영된다. 고객 분석과 이를 통한 변화와 혁신에 민간기업보다 소홀하기 쉬운 구조다. 공공 서비스가 아니면 차선책이 없는 고객은 서비스의 불편함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과거 1397 서민금융콜센터도 대부분의 콜센터와 마찬가지로 ARS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모든 고객과 상담사를 바로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콜센터를 개편했다. 상담을 받기 위해 ARS 안내에 따라 번호를 입력한 후 오랜 시간 대기하지 않고 상담사와 즉시 연결된다.기계음 대신 상담사의 따뜻한 목소리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불편함이 없어지자 상담을 포기하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1397 콜센터에서 상담 받은 사람은 약 2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8% 증가했다. 앞으로는 고객들이 언제든 편리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24시간 챗봇 상담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개편해나갈 계획이다.

유명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버거의 창업자 대니 마이어는 단골을 만들려면 고객이 직원으로부터 받는 ‘느낌’이 좋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고객에게 맛있는 버거를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좋은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고, 그로부터 긍정적인 인상과 기억을 남기는 것이 사업 성공의 열쇠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책 서민금융도 마찬가지다. 첫 접점에서 서민금융의 고객인 서민들이 단순히 제도를 이용하는 것 이상으로 더 나은 경험을 얻을 수 있어야 진정한 지원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1397 콜센터가 생업에 바쁜 서민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바로 상담 받을 수 있는 ‘시시콜콜(時時CallCall)’한 서비스로 혁신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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