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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과장-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미래 도시의 자화상 ‘스마트시티’

많은 예술가는 자화상을 작품으로 다뤘다. 윤동주 시인은 우물에 비친 사내를 통해 우울한 시대상과 자기연민을, 고흐는 그림 속 얼굴의 각도에서 현실 부정을 표현했다. 우리는 이처럼 자화상 속에 담긴 인물의 시선과 표정, 자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진솔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예술가들이 자화상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모든 사람의 삶의 기반이 되는 도시 공간에는 우리의 의식과 자세, 시대의 요구가 고스란히 녹아있을 것이다.

정부가 스마트시티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한 지 어느덧 3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유비쿼터스 도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세계 스마트시티 분야의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그려온 스마트시티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을 성장의 핵심이자 창의력의 원천인 ‘도시’에 담고자 했다. 도시에 신기술을 입혀 시민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주는 ‘스마트시티’를 국가전략사업으로 선정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먼저, 세종과 부산에 스마트시티 확산을 위한 국가 시범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국가 시범도시는 ‘도시 플랫폼’으로서 네트워크,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접목되고 스마트홈, 자율차, 스마트에너지 등 다양한 기술이 자유롭게 융·복합되는 공간으로 성장할 것이다. 기존 도시 역시 스마트화해지고 있다. 올해 시작된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은 민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도시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다.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스마트 솔루션을 입혀가는 ‘테마형 특화단지’ 사업과 노후하고 점차 쇠퇴해가는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 사업도 조금씩 도시의 모습과 역량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민과 기업에게 스마트시티는 낯설고 갸우뚱한 선택지다. 우리는 이미 교통카드 하나로 전국을 이동할 수 있고, 각종 CCTV 등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망은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고 있다.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이미 스마트시티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에게 스마트시티는 먼 미래, 나와는 상관없는 도시라는 인식이 강하다. 기업들 역시 스마트시티 사업에 충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시작하면서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사람을 향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5G 시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 정부 역시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고, 혁신 기술의 가짓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물어볼 일이다.

스마트시티가 반드시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일 필요는 없다.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길을 잃은 아이를 찾은 부모는 이미 행복한 스마트시티 시민이다.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가 ‘모자이크’로 표현한 다양한 계층 간의 분절을 해결하는 것도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융합하고자 하는 사람의 소통 의지에 달려있다.

시장의 공격수인 기업도 스마트 기술 선점에는 혈안이 되어 있지만, 기술을 도시에 접목하고 수익을 만들어 내는 데는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기업의 혁신성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스마트시티 관련 기업들로 융합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소통하려 한다. 기업의 요구와 호소를 진정성 있게 청취하고, 그들이 주는 혜안을 소중히 받아들일 것이다.

이제 시민과 기업이 머릿속에, 사업 구상안에 존재하는 스마트시티를 현실로 가지고 와야 한다. ‘Smart City, Connecting Tomorrow’ 라는 슬로건 아래 다음 달 초에 열리는 월드스마트시티 엑스포(9월 4~6일, 킨텍스)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번 행사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 공간은 가까워지고, 사람이 접촉하는 모든 것이 스마트해지는 미래 도시의 자화상을 미리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월드스마트시티 엑스포를 통해 스마트시티의 오늘을 마주하고 내일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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