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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뇌염 환자 9월에 최다…회복돼도 3분의 1은 신경계통 합병증 남겨
9월에 환자 가장 많아, 주로 40대 이상에서 발병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발병하면 회복되더라도 합병증 남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야외활동시 밝은 색 긴 옷 착용
일본뇌염 모기 활동이 활발해지는 9월에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서울에 살다가 올 해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를 간 김씨(50)는 집 근처에 공원과 산이 있고 복잡하지 않은 도로 환경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딱 하나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모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문을 닫아놔도 언제 어디로 들어오는지 하루에도 집 안에서만 몇 마리의 모기가 눈에 띈다. 특히 9월부터 일본뇌염 모기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얘기를 듣고는 집 안에는 항상 모기향을 피우고 모기장도 설치했다.

모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 중 일본뇌염은 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어 이 시기에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본뇌염은 대부분 무증상으로 넘어가지만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3분의 1은 사망에 이르고 또 다른 3분의 1은 회복되더라도 신경계통 합병증이 남을 수 있다. 실내에 모기가 들어오지 않게 하고 외출시에는 밝은 색 긴 옷을 입는 등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99%는 무증상이지만 발병하면 사망률 30%=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 발생하는데 감염 매개체는 흔히 일본뇌염 모기라 불리는 '작은빨간집모기'다. 작은빨간집모기는 전체적으로 암갈색을 띠고 뚜렷한 무늬가 없으며, 주둥이의 중앙에 넓은 백색 띠가 있는 약 4.5mm의 소형모기다. 주로 야간에 동물과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 김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기는 후각과 시각, 열 감지 능력으로 피를 빨아먹을 대상을 찾는데 이산화탄소와 열 그리고 젖산을 감지해 효율적으로 흡혈 대상(사람)을 찾아 공격한다”고 말했다.

모든 빨간집모기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리더라도 99% 이상은 무증상 또는 경증만이 나타나고 지나친다. 통계에 따르면 일본뇌염 환자 250명 중 1명 정도만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일부에게는 치명적인 급성뇌염으로 진행된다. 이 중 20~30%는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복되더라도 3분의 1은 신경계통 합병증이 남는다.

김 교수는 “이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게 물리더라도 99%는 증상이 없거나 미열의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드문 경우 치명적인 급성 뇌염이나 무균성 수막염 그리고 비특이적인 열성 질환 등으로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뇌염 잠복기는 모기에 물린 후 5일부터 15일 정도다. 증상이 나타나면 주로 39~40도의 고열과 두통, 현기증, 구토, 복통, 지각 이상, 의식장애, 경련, 혼수 등의 증세를 보인다.

전윤희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첫날 갑자기 고열이 나고, 둘째날에는 고열과 뇌막자극증상으로 목이 뻣뻣해지며 근육이 강직된다. 셋째날에는 고열이 계속되면서 헛소리를 하고 의식장애와 사지마비가 나타나면서 경련을 일으킨다”며 “환자는 발병 5-10일 경에 호흡마비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며 발병 약 1주 전후로 생사가 결정된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열도 떨어지고 다른 증상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모기 활동 활발해지는 9월 환자 최다=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일본뇌염 환자는 연평균 20건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해의 경우 17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1명이 사망했다. 환자 대부분(96.8%)은 8~11월 사이에 발생한다. 그 중 9월과 10월 환자가 각각 73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 교수는 “일본뇌염 발병은 주로 7월말에서 10월 사이에 일어나는데 더위가 물러가고 날씨가 선선해지는 9월 초순에 모기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최근 5년간 신고된 134명 환자 중 40세 이상이 124명(92.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40~50대가 75명(56%)으로 가장 많았고 60세 이상도 49명(36.6%)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성인에게 일본뇌염이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면역력이 없지만 예방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본뇌염 고위험군은 과거 일본뇌염 예방접종 경험이 없는 성인 중 논이나 돼지 축사 인근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자, 일본뇌염 유행국가 여행자 등이다.

▶예방접종 가장 좋아…모기 물리지 않도록 주의=일본뇌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예방접종 사업 대상인 생후 12개월에서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표준예방접종 스케줄에 따라 예방접종을 실시하면 된다. 불활성화 백신의 경우 생후 12개월부터 만 12세까지 총 5회 접종하면 되고 약독화 생백신은 12~35개월 사이 2회만 접종하면 된다. 성인의 경우 면역력이 없고 모기 노출에 따른 감염 위험이 높은 대상자라면 일본뇌염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일본뇌염 생백신 1회 접종 후 감염 예방효과는 96% 이상까지 높아진다.

생활 속에서는 무엇보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모기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틀 가장자리는 물론이고 모기가 들어오기 쉬운 베란다 배수관, 화장실 하수관 등을 잘 점검해야 한다. 김종훈 교수는 “모기는 2mm의 작은 구멍으로도 들어올 수 있으므로 촘촘한 거름망을 설치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뚜껑을 막아두는 것도 방법”이라며 “모기는 물이 고인 곳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으므로 배수관과 하수관 구멍으로 끓는 물을 주기적으로 부어서 알과 유충을 박멸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모기 회피 방법]

① 야외 활동 시 밝은 색의 긴 바지와 긴 소매의 옷을 입어 피부노출을 최소화하고, 모기가 흡혈하지 못하게 품이 넓은 옷을 착용한다.

② 노출된 피부나 옷, 신발상단, 양말 등에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야외 활동 시 모기를 유인할 수 있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 사용은 자제한다.

③ 가정 내에서는 방충망 또는 모기장을 사용하고, 캠핑 등으로 야외 취침 시에도 텐트 안에 모기 기피제가 처리된 모기장을 사용한다.

④ 매개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될 수 있는 집주변 웅덩이, 막힌 배수로 등에 고인 물을 없애서 모기가 서식하지 못하게 한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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