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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현실의 승리…희망의 허망한 패배

종합주가지수 2000이 붕괴되고, 코스닥 지수가 600을 하회하던 즈음 한 지인과의 대화에서였다. 그는 자신은 절대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했다. 대신 부동산, 다시 말해 집은 무조건적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에게 주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의 존재다. 반면 집은 땅과 건물이라는 실재의 대상이다. 집은 가격은 떨어질지 몰라도 땅과 건물의 공간이 남는다고 했다.

솔직히 그의 의견은 듣기에 불편했다. 부동산은 철저히 현실 지향적 재화다. 토지는 유한하다. 따라서 경제가 성장하면 필연적으로 토지 가격의 상승이 뒤따른다. 문제는 유한한 토지에 수요가 몰려 오로지 가격 만이 오른다는 데 있다.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 증대가 동반되지 않고, 상승 이익은 소수의 지주에 집중된다. 부동산에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내겠다는 미래의 희망이 자리잡을 공간이 없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주식시장은 미래 지향적 대상이다. 기업의 자본조달이라는 순기능을 차치하고라도, 주식 투자의 기본 동인은 기업의 이익 증대에서 비롯되는 배당 수익과 시세 차익이다. 기업은 주주의 투자를 바탕으로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고 이익을 늘린다. 이는 경제 성장을 가져오는 동력이 된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철저한 현실의 승리다. 부동산의 압승임에 분명하다. 기업의 성장과 대한민국 경제의 도약을 꿈꾸며 주식에 투자했던 이들은 지금 감당할 수 없는 박탈감에 절규한다.

철저한 현실 지향의 삶과 꿈, 이상을 좇는 삶은 공교롭게도 최근 나라를 뜨겁게 달구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임명 논란과 오버랩된다.

조 후보자의 그간의 말과 행동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가치와 이념 지향의 표상이었다. 현 정부를 지지했던 이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미래의 가치에 올인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검찰개혁과 관련한 질의에 “검찰개혁 문제가 정말 호기가 왔다”며 “역사상 한 번도 없던 일이 지금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검찰개혁 논쟁의 오랜 역사 속에서 일익을 담당했고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 후보로까지 와 있다”며 “제 욕심인지 모르겠으나 그 전체 과정을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개혁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검찰 개혁의 적임자임을 다시 한번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개혁의 가치를 지향하는 그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그의 가족이 걸어온 궤적에서 현실 지향의 기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다. 조 후보자의 주장대로 아직 법을 어긴 점이 드러난 건 없으나 제도가 가진 허점을 이용해 이익을 누리고자 했던 현실의 탐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지지자들은 다시 한 번 절망한다. 집 값을 잡겠다던 정부의 결연한 의지 뒤엔 ‘결국엔 부동산’이었다는 후회와 탄식이 남았다. 이도 모자라 조 후보자의 임명 논란은 이상을 따르던 이들도 결국 현실의 이익 앞에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씁쓸한 진실을 재확인시켰다. ‘이상과 가치가 밥먹여주냐’는 현실주의자의 핀잔에 답할 방도가 없기에 더욱 씁쓸한 요즘이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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