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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보 나 회사 그만둘까?…” 신혼부부 특공에 목매는 3040
소득 기준 맞추려 맞벌이 포기
임신계획 등 자녀기준도 ‘신경’
혼인신고 미루며 ‘조건 갖추기’
“근로소득보다 집값 상승 더 커”
서울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은 지난 4일 특별공급 청약접수 결과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최고 1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롯데건설 제공]

“여보, 나 회사 그만둘까?”

결혼 4년차 A(34·여) 씨는 며칠 전 남편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이번 기회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이하 신혼특공)으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지 않으면 내집마련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며 답을 미뤘다.

10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예고, 기존 아파트값 상승 등으로 청약시장이 달아오르면서 30·40대 신혼부부들의 청약 당첨 전략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신혼부부는 혼인기간(혼인신고후 7년 이내), 소득, 자녀 수 등 일정한 조건을 갖출 경우 특공 물량을 당첨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묘수를 짜고 있는 것이다.

A 씨가 남편에게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한 것은 신혼부부임에도 맞벌이로 인해 법이 정하고 있는 소득 기준을 초과해 특공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혼특공은 외벌이의 경우 전년도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소득 기준의 120%, 맞벌이는 130% 이하일 경우에만 자격이 주어진다.

또 특공 물량의 75%는 기준의 100% 이하(맞벌이는 120% 이하)에게 우선 배정된다. 저소득층 배려를 위해 소득이 낮을수록 당첨확률이 높아지도록 제도가 설계됐다. 이때문에 보너스를 받거나 임금이 소폭 인상돼 기준을 살짝 초과하게 될 경우 ‘오히려 손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A 씨 부부는 월소득이 기준의 130%(702만원)를 살짝 넘겨 신혼특공을 신청할 수 없는데, A 씨가 일을 그만둘 경우 100%(540만원)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A 씨는 “집값 오르는 속도가 월급 오르는 것보다 빠르고, 일하는 시간 동안 애기를 봐줄 사람에게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일을 그만두고라도 청약당첨되는 게 훨씬 이익”이라며 “신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소득 못지 않게 자녀 수도 중요하다. 신혼부부인 B 씨는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애를 하나 더 낳을까요?’라는 고민 상담글을 올렸다. 현재는 자녀가 하나 뿐인데 서울에서 신혼특공으로 아파트를 당첨받으려면 적어도 두 명은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주변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신혼특공은 소득기준이나 해당지역거주요건을 충족한 청약신청자가 여럿일 경우 자녀 수에 따라 당첨자를 뽑는다. 출산 장려를 목적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분양물량이 많지 않고 청약경쟁이 과열된 시기에는 유망지역의 인기 단지를 당첨받으려면 자녀가 셋이면 안정권이고, 최소한 둘은 돼야 청약이라도 해볼만 한다. 지난 4일 분양한 서울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은 신혼특공 물량 147가구에 4458명이 몰려 평균 3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치열하다.

B 씨는 “애가 외동으로 크면 외롭지 않을까 싶어서 언젠가는 하나를 더 낳아야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기왕 낳는 거라면 신혼특공을 받을 수 있는 지금 당장 낳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했다.

‘신혼’이 하나의 중요한 자격이 되다보니 아예 혼인신고를 미루는 부부들도 많다. 아파트를 당첨받을 준비가 충분히 된 뒤에 혼인신고를 하면, 신혼특공의 신혼인정기간 7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결혼 3년 차에 접어드는 C(37) 씨는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니다. C 씨는 “지금은 아이가 없어서 신혼특공 청약을 넣어도 당첨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자금도 아파트를 살만큼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며 “인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인 만큼 가장 확실한 시점에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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