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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좁은 문’ 서울 재정비촉진구역, 10곳 중 6곳이 착공 못했다
서울시, ‘재정비촉진사업 추진 현황’ 자료 분석
착공·준공 단계는 43%…일몰제로 ‘해제 위기’ 놓인 구역도
10년 제자리걸음도 수두룩

지난 6월 일몰제에 따라 재정비촉진구역에서 해제된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의 모습. [사진=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1. 서울 강서구 방화3구역이 지난달 강서구청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본격적인 정비사업 추진 단계에 돌입했다. 지난 2006년 방화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고 13년, 2014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지 5년 만이다. 추진위는 그동안 잦은 집행부 교체와 재건축 반대 주민과의 갈등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2. 약 17만㎡로 수색·증산뉴타운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재개발 사업지인 은평구 증산4구역이 지난 6월 사업 추진 13년 만에 재정비촉진구역에서 해제됐다. 일몰제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첫 사례다. 추진위는 토지 등 소유자 32%의 동의를 얻어 일몰제 연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해제 기한 연장 여부는 서울시의 재량권”이라고 판결했다.

원활한 정비사업 진행을 위해 지정되는 재정비촉진구역이 점점 ‘좁은 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간 내부 갈등에다 정부의 잇단 규제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아예 해제되는 곳이 생기면서다. 장기적으로 주민 혼란이 가중되고 서울 도심 주택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9일 헤럴드경제가 서울시의 ‘재정비촉진사업 추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말 기준 189곳의 재정비촉진구역 가운데 현재 착공과 준공 단계인 지역은 각각 31곳과 51곳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43%에 해당한다.

가장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구역지정 지역은 18곳이었고, 이어 추진위원회 구성(19곳)·조합설립 인가(26곳)·사업시행 인가(27곳)·관리처분 인가(17곳)가 나머지를 차지했다.

지난 2013년 종로구 창신·숭인지구가 뉴타운 정비구역에서 7년 만에 해제되는 등 그동안 총 4곳이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착공 단계까지 이뤄지는 확률은 그만큼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재정비촉진지구는 낙후된 구도심 지역의 원활한 정비사업 진행을 위해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곳으로 지난 2002년 성북구 길음지구가 첫 지정된 이후 현재 총 31곳의 지구(189개 구역)가 지정돼 있다. 일반 정비지역에 비해 소형주택 의무비율과 구역지정 요건, 용적률과 층수 기준 등이 완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조합원 간 갈등과 사업성 악화, 정부 규제의 여파 등으로 이러한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10년 이상 ‘제자리 걸음’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곳도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이전에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된 곳 가운데 여전히 구역지정 단계인 곳은 11곳, 추진위 구성 단계인 곳은 12곳으로 드러났다. 향후에도 사업 진행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정비촉진구역 중 한 곳인 용산구 한남3구역의 모습.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등포구 영등포1-11구역과 1-12구역은 지난 2005년 재정비촉진구역 지정 이후 14년 동안 추진위 구성 단계에서 멈춘 상황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개발 지역인 용산구 한남지구의 경우 2009년 지정 이후 한남3구역만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고, 다른 2·4·5구역은 조합설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 종로구와 중구의 세운2·3구역 등도 일몰제로 인해 사업 자체가 백지화 할 위기에 놓여있다.

반면 올해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신규 지정된 곳은 현재까지 단 한 곳도 없었다. 인허가가 까다로워지고,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들도 강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예고한 점도 정비사업 진행의 큰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일몰제 등 잇단 정비구역 해제로 주민 갈등을 비롯해 주택시장에 혼란이 커질 수 있는 지적도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더딘 사업진행이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경우 향후 주택 수급 불균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해제 기준과 방식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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