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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부르는 ‘노인성 난청’…감추지 말라
난청 환자 3명 중 1명은 60세 이상…주위에 알리고, 보청기 ‘몸의 일부’로 인식해야

#서울에 사는 강모(44)씨는 추석이 다가오자 시골에 계신 아버지를 볼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그토록 건강하셨던 아버지였지만 70세가 넘어선 2~3년 전부터 몸이 눈에 띄게 약해지셨다. 특히 남의 얘기를 잘 못 들으시는데 아주 가까이에서 얘기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못 알아 듣고 엉뚱한 대답을 하고는 한다. 혹시 치매가 온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보청기를 해드리겠다고도 했지만 다 늙은 몸에 무슨 돈을 쓰냐며 손사래를 치신다. 강씨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하다가 속상하기도 하다.

9월 9일은 ‘귀의 날’이다. 귀는 외부의 소리를 듣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얼굴 가장 바깥쪽에 위치하다보니 다른 신체 기관에 비해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이 발생하게 되면 일상생활의 불편뿐만 아니라 우울증, 치매와 같은 질환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80대 이상 난청 환자 10년간 3배 급증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으로 정의되는 난청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나이가 들면서 달팽이관의 기능이 점차 떨어지면서 생기는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외이도에 귀지가 많거나 외이도염이 심한 경우부터 중이염이나 고막의 천공, 달팽이관의 손상에 의한 감각신경성 난청, 청신경의 이상에 의한 난청 등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난청이 발생한다. 따라서 외이도, 중이, 내이, 신경을 통하는 모든 단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

난청은 나이가 들수록 빈도가 증가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보고에 따르면 65~75세 노인 중 약 1/3에서 난청이 있으며, 75세 이상에서는 절반 정도가 난청이 있다고 한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난청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2012년 27만 7000명에서 2017년 34만 9000명으로 연평균 4.8%씩 증가했는데 2017년 기준 70대 이상 난청 환자가 34.9%로 노인 환자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8년 발표된 대한청각학회의 연구에서는 80대 이상의 고령에서 난청 환자수가 10년(2006~2015년) 동안 3배나 급증했다.

강우석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보통 60세 이상 3명 중 1명 꼴로, 75세 이상에서는 40~50%의 노인이 청력손실을 겪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청력 감소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위급한 상황에 대한 경고 반응 등 생활에 필요한 소리를 이해하는 것을 어렵게 해 좌절감을 느끼게 하거나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소리를 못 듣는 난청이 계속되면 우울감도 높아지고 치매 발병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노인성 난청, 고음역대의

여자 목소리 잘 못 들어

노인성 난청과 관계된 청력손실은 보통 고음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근처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나,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를 듣기가 힘들게 된다. 하지만 트럭이 지나가면서 길거리를 울리는 소리 같은 저음역대 소리는 분명하게 들을 수 있다. 따라서 음정이 높은 여자 목소리보다는 남자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은 보통 감각신경성 난청이다. 대부분 내이의 점진적인 변화에 의해 발생한다. 교통소음 또는 기계작업, 시끄러운 사무실, 소음을 발생시키는 장비, 시끄러운 음악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쌓이는 영향이 감각신경성 난청을 일으킬 수 있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유모세포(내이의 감각수용체) 손실에 의한 것이 가장 흔하다.

강 교수는 “이런 손실은 유전적인 요소의 결과일 수도 있고 노화, 다양한 건강상태, 아스피린이나 일부 항생제와 같은 약물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다”며 “또 다른 원인으로 귀 혈류 공급에 변화가 생겨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변화는 심장병, 고혈압, 당뇨에 기인하는 혈관상태, 또는 기타 순환기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의 감염, 심장 상태나 뇌졸중, 머리 부상, 종양 등에 의해서도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

난청 환자와 대화시에는

마주 보고 명확하게 얘기해야

노인성 난청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부 환자에게는 보청기가 추천된다. 보조적인 청각기구는 일부 상황에서 듣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구화(시각적인 단서를 이용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아는 것)를 연습하면 대화할 때 무슨 말을 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우선 자신이 난청이라면 주변에 그 사실을 알려야 상대방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잘 듣지 못하는 어르신과 대화할 때는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고 평상시보다 더 크고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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