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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이름도 생소한 ‘보로금’ 갈등
KEB하나 노조 “보로금 지급” 농성
특별보너스 성격…노사 대립 원인
“개인 아닌 지점단위 성과급이 문제”
평균 억대 연봉에 보너스 잔치…
일반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도

은행권이 또 ‘보로금(報勞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근로에 대한 보상금을 둘러싸고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잊을만하면 줄다리기다. 개인별 성과 보상 체계가 촘촘하게 설계되지 않은 탓에 내부규정에도 없는 ‘특별보로금’이 은행권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에 달하는 은행 직원들이 요구하는 보로금이 ‘국민적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거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노사는 보로금 지급 여부를 놓고 반 년 이상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나은행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서울 중구 본점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 은행 노조는 올해 초 노사간 합의한 보로금을 사측이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서면으로 작성된 합의서가 없는 상황에서 내부 임금체계에 명시된 보로금 기준을 벗어난 ‘특별 보로금’을 노조가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맞선다. 하나은행 표준임금 규정에는 회사가 지급할 수 있는 보로금으로 ▷가정의달 보로금 ▷창립기념일 보로금 ▷근로자의날 보로금을 명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선 보로금을 일종의 보너스로 인식하고 있다”며 “내규에 기준이 있더라도 직원들이 원하고 사측이 필요하면 적당한 시기와 수준에서 관행처럼 (보로금이)나오곤 한다”고 했다.

KB국민은행도 보로금 갈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노사 갈등의 단초였다. 국민은행은 성과급 지급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보로금 명목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노조 측은 성과연동제 도입을 요구하며 올해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사측은 성과연동제 대신 특별 보로금 300% 지급으로 노사 갈등을 일단락시켰다. 이 은행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사후조정안을 수용해 급여체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저금리 등으로 경영악화를 우려하는 경영진 입장에선 보로금이 ‘계륵’이지만, 근본 해결책을 찾기보단 노사 갈등 봉합의 미봉책으로 활용해온 측면도 있다.

은행권은 증권업계와 달리 개인이 아닌 조직 중심의 성과급 제도를 운용해왔는데 이를 손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 은행 직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성과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상 호봉제를 기초로 한 국내 은행 임금체계에서 성과급은 개인이 아닌 지점 단위로 지급된다”며 “젊은 직원일수록 자신들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보로금 논란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연봉인 금융권이 ‘보너스 잔치’ 여부를 놓고 갈등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시중은행 직원들은 올해 상반기 평균 515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면 올해 은행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선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뜩이나 이자수익으로 편하게 돈을 번다는 비난이 은행에 쏠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보로금 얘기가 나오면 곤혹스럽다”며 “평균 연봉이 1억원에 달하고 주52시간 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보로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행태는 일반 국민들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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