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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 다다익선, 브라운관 모니터 최대한 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가능한 수리 복원해 원형유지"
단종으로 더이상 구하기 어려운 모니터는 LED로 교체
복원과정 백서 발간…미디어작품 보존의 사례 제시
최신 TV로 교체냐, 브라운관 모니터의 유지냐. 국립현대미술관은 11일 안전상의 문제로 작동을 중단한 백남준의 '다다익선'에 대해 브라운관 모니터를 최대한 복원해 원형을 유지하되, 부품 단종으로 구할 수 없는 일부 모니터에 대해서는 최신 기술을 부분적으로 도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2015년 모니터 320대를 수복한 뒤의 다다익선 ⓒ 남궁선.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안전상의 문제로 작동을 중단한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브라운관(CRT) 텔레비전 원형을 유지하는 형태로 복원된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11일 현재의 브라운관 모니터를 최대한 수리·복원해 원형을 유지하되 필요시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혼용한다는 입장을 담은 '다다익선 복원 방향 및 계획'을 발표했다. 복원을 통해 2022년 전시 재개가 목표다.

미술관은 지난해 2월 '다다익선'의 상영을 중단한 이후 작품 보존과 복원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 40여명의 의견을 수렴했다. 김홍희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 이정성 다다익선 테크니션, 이지호 전 대전시립미술관 관장, 김원 다다익선 건축가, 크리스티안 폴 큐레이터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 중 23명은 외형은 유지하되 LED등 신기술로 모니터를 교체하자는 의견을, 12명은 현재는 CRT모니터를 구할 수 있으니 원형의 유지를 위해 CRT를 유지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는 '작품도 생명이 있기에 서서히 소멸해 가도록 두자', '완전히 해체 보관하자'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다다익선 복원을 총괄하고 있는 박미화 전시3팀장은 "신기술을 활용해 모니터를 교체하자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수결로 결정하지는 않았다"며 "백남준 선생은 생존에 신기술을 받아들여도 좋다고 늘 강조하셨지만, 작가 사후 미술관이 작품을 보존하거나 복원할 때는 시대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을 간직해야 하는 게 미술관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미술관은 백남준 작품을 복원한 해외 미술관의 사례도 조사했다. 미국 뉴욕 휘트니 미술관의 'Fin de Siecle Ⅱ'(1989),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팔라스트 미술관의 'Fish Flies on Sky'(1983-85) 등 CRT가 단종된 이후 복원한 곳들이 대상이다. 휘트니 미술관은 총 207개 텔레비전 중 100여대를 LED와 LCD로 교체했고, 쿤스트 팔라스트 미술관은 전체 88개 텔레비전을 CRT재생작업을 통해 복원했다.

미술관측은 '다다익선'은 모니터 1003개로 백남준 유작 중 최대 규모이며, 그 구조가 원뿔형태로 복원과 보존이 다른 경우보다 까다로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박미화 팀장은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는 형태로 복원 하되, 단종돼 더이상 구할 수 없는 6인치 CRT 모니터 등 일부에 대해서는 신기술 적용도 검토할 것"이라며 "이번 복원 프로젝트에선 후대에 또 이러한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고칠 수 있도록 구조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복원 프로젝트 전 과정은 백서로 발간되며, 작가와 관련한 아카이브 전도 예정됐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 복원 프로젝트는 백남준 작품 복원에 있어 하나의 지침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참고 할 만한 대표적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다익선'은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개관하면서 장소특정적 설치작업으로 구성돼 1988년 완성됐다. CRT의 수명이 8만시간 정도로 설치 당시 백남준 작가도 작품의 생명을 10년 정도로 예상했다. 2003년 1003대 모니터 전체와 기계를 교체한 이후, 지속적으로 부분 교체와 수리가 이어졌다. 2014년 CRT모니터의 국내생산이 중단되자 이후 중고 모니터로 부분적 교체했고, 2015년에도 320여대의 모니터를 교체·수리 했다. 2018년 2월 작품 상단에서 화재 위험이 발견돼 현재는 작품 전원을 차단하고 상영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다다익선 설치를 구상하는 백남준 (1987)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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