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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식탁(이라영 지음, 동녘)=‘혼밥’‘1인분 식탁’은 우리사회 새로운 식문화 풍경이다. 나홀로족의 화려한 혹은 씁쓸한 풍경으로 보일 수 있는 모습의 이면은 사실 복잡하다. 식탁을 차리는 자와 먹기만 하는 자가 나눠진 오랜 차별의 문화가 불러온 풍경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매일 우리가 마주하는 식탁에 둘러쳐진 차별의 시선에 주목한다. ‘된장녀’와 ‘김치녀’ 로 여성의 취향을 가부장적 시선으로 제멋대로 재단해버리는 행위, ‘바나나’나 ‘소시지’를 남성에 대한 대상화가 아닌 먹는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 등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밥상에서의 오래된 약자들도 떠올린다. 아이가 남긴 밥을 먹어야 보통엄마로 인증받는 밥상분위기. 미역줄거리를 만들기 위해 바늘을 놓지 않았던 할머니의 노동과 자식, 남편, 손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여성에게 전가된 노동 등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한다. 중요한 역사적 현장으로 여겨져온 루터의 식탁, 미 독립선언문이 나온 필라델피아 선술집 식탁, 대공황 당시 이민자의 식탁, 탈북민의 식탁까지 먹기를 둘러싼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냈다.

▶오늘부터, 詩作(테드 휴즈 지음, 김승일 옮김, 비아북)=시를 사랑하는 이들과 문청들에게 입소문이 나 있는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즈의 스테디셀러. 1990년 해적판이 중고책 시장에서 5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영국에서 ‘글쓰기 돌풍’을 일으킨 BBC 프로그램 ‘듣기와 쓰기’에서 강의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시를 쓰는 마음가짐, 이미지를 구체적이고 생생한 언어로 표현하는 법, 시 감상법 등 시짓기의 과정을 찬찬히 들려준다. 저자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글쓰기를 강조하는데, 거짓은 결국 작품구조의 생명력을 갉아먹는다고 말한다. 글쓰기 연마는 ‘정말로 뜻하는 바를 어떻게 말로 전달할 것인가’에 모아져야 하며, 이는 자신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동물 시인“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동물시를 발표한 시인의 ‘동물 사로잡기’ 법을 비롯, 바람과 날씨, 사람과 풍경에 관해 쓰기 등 소재를 다루는 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놓았다. 각 장의 뒤에는 유용한 조언을 담은 ’시인의 노트‘를 추가했다.

▶책의 책(키스 휴스턴 지음,이은진 옮김, 김영사)=종이와 인쇄, 글씨와 삽화 등 책과 분리될 수 없는 책의 요소들의 탄생과 진화를 담은 책에 관한 책. 인류최초의 필기재료인 까끌까끌한 파피루스에서 매끄러운 양피지를 지나 ‘낡아서 헤진 속옷 뭉치’를 찧고 불리고 거르고 말린 저급한 종이가 결국 승자가 되기까지 과정이 흥미롭다. 72단계나 거쳐야 겨우 한 장 나오는 종이 생산과정은 기계화를 통해 효율화되지만 넝마 품귀현상으로 19세기 초엔 신문의 규격을 정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구텐베르크 활자 이후 책 제작과정은 완전히 바뀐다. 식자공의 일을 대신할 라이노타이프가 개발되자, 에디슨은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경이로운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19세기 인쇄업은 혁신이 불꽃처럼 일었는데, 마크 트웨인은 식자기 개발에 17만달러를 쏟아부었다가 거덜난 일화가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섞인 오늘날 책의 원형인 전면 삽화에 이어 석판 인쇄술은 책 제작 방식을 바꿔놓게 된다. 제본과 장정 등 책의 형태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책의 몸에 관한 책인 만큼 책머리, 책등 등 책의 각부 명칭을 표시해 출간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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