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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소를 빗댄 깨달음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장회익 지음 추수밭

철학에서 과학이 갈라져 나온 분깃점으로, 만유인력의 원리를 세상에 알린 뉴턴의 1687년의 저서 ‘프린키피아’를 든다. 원제는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즉 자연철학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 책은 고전역학, 과학책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게 철학에서 갈라져나온 과학은 점점 전문화·세분화의 길을 걸어가다 최근에는 철학적 물음으로 다시 돌아오는 분위기다.

자연과 인간의 통합적 이해를 추구해온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철학과 과학이 분리되기 직전, 자연철학부터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지나 다시 철학과 만나기까지 앎의 여정을 우화 ‘심우십도’에 빗대 꿰어낸다. 곽암의 ‘심우십도’는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집 나간 소를 찾아 길들여 타고 오기까지의 여정으로 나타낸 것으로, 저자는 자연의 기본원리를 찾아온 역사적 순간들을 열 장면으로 알기쉽게 풀어냈다.

저자는 우리 역사의 지평 위에서, 자연의 원리에 의문을 갖고 스스로 ‘소를 찾아나선’ 첫 구도자의 모습으로 여현 장현광(1554~1637)을 꼽는다. 여현이 18세에 쓴 ‘우주요괄첩’을 근대학문의 기점으로 평가하고, 특히 말년의 저작인 ‘답동문’에서 제기한 ‘대지는 왜 안떨어지나’를 뉴턴의 사과와 비교하는가하면, 산수를 통해 의문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을 예감했다며 고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앎을 찾아나섰다는 점에서 근대과학의 맹아를 본다. 그동안 세상이 주목하지 않은 ‘답동문’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책은 이론물리학자인 저자가 평생 탐구해온 앎과 생명이란 주제를 인류 지성사와 포개 통합적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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