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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신공] 번지수를 제대로 짚어라!

‘경력 2년 차의 스물일곱 살 여성 직장인입니다. 두 달 전에 신입이 한 명 들어왔는데 저하고 동갑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일이 바쁘다고 회사에서 휴가 자제령이 내렸는데 제가 친구들과 오래전 약속한 여행이 있어서 집에 큰일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이 신입이 이걸 고자질하는 바람에 야단을 많이 맞았고 얼마 전에는 서류 정리를 지시한 대로 안 하고 자기 멋대로 해놓고는 부장님한테 바로 가서 결재받은 뒤 칭찬받았다고 염장을 지르는 겁니다. 동갑이라고 맞먹으려는 이 후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요?’

글쎄다, 필자가 보에는 가르치기 어렵다고 본다. 이분은 모든 걸 철저하게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는데 첫째는 휴가 자제령 기간 중에 거짓말하고 휴가를 간 일이 그렇다. 이분은 친구와의 약속을 내세우고 있지만, 회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후배가 고자질했다고 하는데 설마 그랬겠는가? 진실은, 부장님이 불러서 어찌 된 건지 아는 대로 말하라고 압력을 가했을 것이다. 셋째는 나를 건너뛰어서 부장님께 갔다고 괘씸하게 여기고 있는데 진실은 부장님이 건너뛰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부장 정도면 조직의 논리에 빠삭할 텐데 그냥 건너뛰어서 왔는데도 왜 한소리를 안 하고 칭찬했겠는가? 결론은 이분이 지금 후배를 가르칠 때가 아니라 조직 내에서 본인의 거취를 걱정할 때라고 본다. 후배가 선배를 추월하는 일은 조직에서 다반사로 일어난다. 정신 차리고 일에 집중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장님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당장 알아보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다.

동갑이라고 맞먹으려는 후배를 가르치겠다는 선배여!!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당신보다 유능한 후배를 본 상사가 이미 대체를 결심하고 있는데 왜 그게 보이지 않는가? 이분의 위기는 한 번의 거짓으로 비롯되었으나 가벼운 입으로 인해 이제 본격화되었다. ‘어리석음을 범하는 자가 어리석은 게 아니라 범한 후에 감추지 못하는 자가 어리석은 것이다. 우리의 명성은 행동보다는 비밀을 지키는 데에 근거한다’라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을 깊이 생각해 보라.

김용전(작가 겸 커리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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